‘난 그 여자 불편해’
최영미 지음·인문

최영미 시인.  /이미출판사 제공
최영미 시인. /이미출판사 제공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화려하게 등단한 최영미(62) 시인이 신작 산문집 ‘난 그 여자 불편해’(이미출판사)를 냈다. 나이 서른에 도발적인 시어로 독자들을 흔들었던 최 시인은 어느새 회갑을 넘겼다. 지난 2017년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뒤 문단의 냉대와 외면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글을 쓰고 글로 먹고살았다고 한다. 2019년엔 출판사들이 시집 출간을 외면해 1인 출판사를 직접 열기도 했다.

최영미 시인의 새 산문집 ‘난 그 여자 불편해’는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2009년) 이후 14년 만에 묶은 본격적인 산문집이다. 산문집은 최 시인이 2013년부터 최근까지 매체 등에 발표한 글을 3부로 엮었다. 미투 등 논쟁적이며 시사적인 주제부터 축구·야구 등 스포츠에 대한 열정, 그리고 일상의 소소한 기쁨과 발견을 담백하고 치열한 언어에 담았다.

자신 몸에 마치 총처럼 보이는 기둥을 관통시킨 자화상 ‘부러진 기둥’을 그린 멕시코의 국보급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년)에 관한 이야기로 산문집은 시작한다.

최 시인은 “프리다처럼 몸이 여러 차례 부서지고 병실에서 지내다 보면 자기를 오래 들여다볼 수밖에. 고통을 잊기 위해 아름다움으로 도피한 화가”라며 “인생과 예술의 관계를 이보다 명징하게 포착할 수 있을까”라며 감탄을 표한다. 책 제목 역시 화가 프리다 칼로를 두고 그가 아는 어떤 이가 했던 말에서 나왔다.

1부는 ‘위선을 실천하는 문학’ 등 미투 재판 사회문제를 다루는 논쟁적이며 시사적인 글을 모았다. 신문에 에세이를 연재할 때 고은 시인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시작돼, 생활수필이지만 재판 냄새가 나는 글들이 꽤 있다. 2부는 축구·야구·수영 등 스포츠 칼럼들을 모았다. 3부에는 유년의 추억, 호박잎, 사업자가 된 사연, 집수리,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행복 등 생활의 냄새가 진한 이야기들이 담백하게 펼쳐진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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