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부의 대전환’
홍종호 지음·다산북스 펴냄·인문

남극 대륙을 둘러싼 해빙(바다얼음) 면적이 지난달 13일 기준 191만㎢로 1978년 시작된 위성 관측 사상 최소를 기록했다. 북극보다 온난화 영향에서 자유로운 것으로 보이던 남극마저 기후변화 직격탄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인류가 위협적인 기후위기 상황에 직면했음을 의미한다. 기후변화 대응이 최근 사회의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30년 가깝게 ‘환경경제학자’로 활동하고 있는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가 지금까지 기후와 한국 경제를 위해 헌신한 연구 성과를 한 권으로 집대성한 ‘기후위기 부의 대전환’(다산북스)을 펴냈다. 경제학자라는 신분답게 기업이나 정부의 의사결정에 자문할 기회가 많았지만, 그때마다 그는 외로운 싸움을 해야 했다.

홍 교수는 기후문제가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주체임을 깨닫는 것이야말로 인류의 위기를 해결하는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기후위기는 환경문제를 넘어선 경제문제로 우리의 일상이나 주거 환경, 그리고 경제성장률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대응전략에 따라 개인이나 기업의 경쟁력, 그리고 국가의 위상이 재편될 것이라며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한다.

‘기후위기 부의 대전환’은 기후위기가 환경, 과학, 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온 지구가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로 대두된 지금, 대한민국이 그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 나갈 수 있는지 가장 한국적이고 경제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홍 교수는 환경을 가계와 기업에 이어 제3의 경제주체로 지칭하며 우리 실생활에 이미 깊숙이 작용하고 있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대표적인 예가 기업이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만 공급받도록 한다는 ‘RE(Renewable Electricity)100’ 선언이다. 기업이 2030년 60%, 2050년까지 100%를 달성하지 못하면 이 선언에 가입한 세계적 기업에는 납품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7.5%에 불과한 실정이다.

홍 교수는 “기후위기는 이제 환경문제를 넘어 산업·일자리·인구 이슈”라고 봤다. 예컨대 탄소 및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석탄발전소를 점차 퇴출시키면 발전소가 밀집된 충남 지역에서는 일자리가 대거 사라진다. 인구절벽 시대, 지역 일자리 감소는 지방 소멸을 부추긴다. 이런 문제에 대응하려면 ‘왜(why)’가 아니라 ‘어떻게(how)’를 묻는 기후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홍 교수는 “지난 3년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 역시 지구 온도 상승이 야생동물의 생존율을 높여 초래한 인류의 위기 중 하나였다. 이 글로벌 감염병은 관광업과 요식업, 항공업과 물류업을 마비시키며 일자리를 빼앗았고 경제활동의 사슬을 군데군데 끊어놓았다. ‘기후위기’가 ‘질병 위기’로, 이어서 ‘경제위기’로 변모하며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미국과 유럽은 ‘기후경영’으로의 전환에 가속을 붙이며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는 중이라고 주장한다. 유럽연합은 2030년까지 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45%까지 높일 계획이며,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위기 대응을 사회경제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꼽았다. 글로벌 기업들도 앞으로 7년 이내에 재생에너지로 전면 전환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OECD 국가 중 단연 꼴찌인 우리나라로서는 당장 눈앞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제는 투자자들도 ‘기후’를 투자의 조건으로 삼고 있다. 연구 결과 환경문제를 일으킨 기업들의 주식 가격은 그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시점 이후 떨어진다. 바야흐로 기후를 중심으로 자본주의가 완전히 재편되고 있다. 탄소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인 시대다. 저자 홍종호 교수가 기후위기는 ‘환경문제’인 동시에 ‘경제문제’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기후문제는 우리의 가계경제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에서는 비가 쏟아지는 날 부잣집 아들 ‘다송’의 집과 반지하에 사는 ‘기택’의 집을 번갈아 보여줬다. 많은 관객이 영화를 통해 자산 격차가 우리의 생활에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를 적나라하게 목격했다. 개봉하고 나서 불과 1년 후, 우리는 이 이야기가 단순한 ‘영화적 허용’이 아님을 실감하게 됐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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