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야

오랜 정원의 마술사는 더 이상

마술을 하지 않는다

그늘을 빌려와 그림자로 시체놀이를 한다

모두가 액자 속으로 걸어 들어가자

그는 변기를 미술관에 걸어두었다

미술관 앞에서 한 여인이 오줌을 눈다

시인은 현대 미술 전시회에 변기를 걸어둔 뒤샹의 일화를 빌어 와서, 현실 자체가 되는 예술을 보여준다. 뒤샹의 변기는 액자 속에 갇혀 있지 않고 현실 자체를 구성한다. 그렇기에 그 ‘예술품’에 한 여인이 오줌을 실제로 눌 수 있었던 것. 그런데 그 변기가 남성 소변기였음에도 오줌을 누는 사람은 여성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예술과 현실 공간이 전복된 저 미술관에서는 성의 상징적 질서 역시 전복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