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기

그늘 한 점 없이 달아오른 하오

언젠가 정물이 되어 버릴

이 풍경의 말미를 생각한다

길과 건물과 구조물은 점점

반듯해지고 인부들의 근력은

발아래 그림자와 비례할 것이다

짧아지는 속도를 쫓다가

길어지는 시간을 따라 지쳐 가겠지

번듯해지면 번듯해질수록

번듯한 곳에 남겨지지 못할 사람들

그렇게 쫓겨난 늙은 노동자가

더 물러설 곳 없는 철탑에 올라

뜨겁게 타들어 가는 목숨의 말미를

움켜쥐고 있다

뜨거운 여름날 ‘하오’, 공사판 인부들이 반듯한 길과 건물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노동하면 노동할수록 “인부들의 근력은/발아래 그림자와 비례”해 약해지면서, 결국 그들은 공사판에서 쫓겨나게 될 터이다. 그렇게 인부들의 삶은 자신들이 속하지 못할 번듯한 세계를 만드는데 소모되며, 결국은 “더 물러설 곳 없는 철탑에 올라”, “목숨의 말미를/움켜쥐고” 자본에 마지막 항의와 생명의 요구를 하게 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