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백규

서로를 보면
열이 오른다 자취방 창가로 불어오는 여름
높이 들어 잔이 넘치도록 마시는 여름
거리에 쏟아지는 여름이
마음을 와락 적신다
어느 날은 햇살 아래 빛나는 너의 웃음이
여름이구나
내가 사랑하는 것이 이러한 여름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우리의 여러모로 비슷한 일상이
뜨거운 시절이라는 사실을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을 기억하자
이 여름이 우리의 첫사랑이니까
이제 시작이니까
너와 함께 있으면 내 삶이 다 망쳐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 그래서
네가 좋아

최백규 시인은 여름을 사랑한다. 여름이야말로 사랑의 열기를 상징하기 때문이리라. 여름은 “햇살 아래 빛나는 너의 웃음”처럼 사랑스럽다. 여름날 “자취방 창가로 불어오는” 여름 바람은 사랑의 열기를 전해주면서, 잔을 “높이 들어” 술을 마실 때처럼 사랑에 취해 “마음을 와락 적”시게 이끈다. 하여, “거리로 쏟아지는” 여름의 “여러모로 비슷한 일상”은, 사랑으로 뜨거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