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연

늙은 경비원이 깜빡 졸았을 때

모퉁이를 지난 누군가는 낯선 그림자와 마주쳤고

마주쳤다는 이유만으로

살해하고

살해당하기 충분한

겨울의 자정

무심코 베인 상처는 아물고

아가는 깨어나지 않는다

겨울의 푸른 빛,

이제 자정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시간에

누군가는 잠들고

누군가는 책상 앞에서

식은 카디건을 걸치며

아침이 아니야

아직 늦지 않았어

입김에 손을 비비며

깨어난다 (부분)

시인은 “살해하고/살해당하기 충분한/겨울의 자정”이라고 표현하면서 이 세상에 폭력이 일반화되어 있음을 밝힌다. 이 세상은 한 주기의 끝인 ‘겨울의 자정’과 같아서 살해 사건이 일어나기 ‘충분’하다. 미래를 상징하는 아가는 깨어나지 않고 새로운 시간은 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 아침이 아니어서 늦지 않았다며 잠에서 깨어나는 사람도 있다. 그는 아침을 미리 당겨 글을 쓰는 사람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