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하

못둑길에 산딸기, 볼이 쏘옥 들어가도록 빨아 당긴 담뱃불 같다

길에 서서 노부부가 신기한 듯 들여다보는 산딸기, 할아버지가 풀숲 헤치며 성냥불 긋듯 미끄러져 들어가 “오만 손길이 다 댕기갔네” 하나씩 따 모은다

오므린 손바닥에 따 모은 산딸기, 바알간 불덩이를 할머니 입으로 하나씩 밀어 넣어주며 “맛이 어떻노, 어떻노?”

할머니 볼 발갛게 불붙어 탄내가 솔솔 났다

위의 시는 생생하게 붉은 산딸기의 이미지와 늙은 노부부의 이미지가 대조되면서 노부부가 그 붉게 타오르는 불의 이미지로 전화되는 ‘풍경’을 보여준다. 붉은 산딸기는 젊음의 생명을 상징할 터, 저 길가에서 그 생명은 한껏 빨아들인 담뱃불처럼 붉게 타들어 가고, 노부부는 그 젊음-‘바알간 불덩이’-을 따먹는다. 그러자 할머니의 볼이 담뱃불처럼 붉게 타들어 가는 것이다. 다시 불같은 청춘을 맞이한 것처럼.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