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중

연둣빛 새싹이 하트로 날고

행복이 우체통에 배달되기를

조롱의 안에서도 바깥에서도 새들이 지저귀기를

고대하던 시간들이 틈과 틈 사이로 밀려 나온다

무릎을 꿇고

머리는 땅에 닿게 팔은 최대한 내밀어

오체투지하듯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분절된 신체들이

그 시간으로

잠시 내밀어지다

거품 속으로 녹아든다 (부분)

화자는 시인이기에 흔적들을 외면할 수 없다. 흔적들이 시의 공간을 마련해주기에. 그래서 화자는 흔적에서 밀려나오는 삶의 시간들에 최대한의 존경을 담아 “오체투지하듯/흔적을 따라”간다. 마지막 연은 흔적에서 타인의 시간이 어떻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지 보여준다. 그것은 분절된 신체들로 현상하고는 “거품 속으로 녹아”들어버린다. 흔적은 시간의 “분절된 신체들”을 잠시 드러냈다가 곧 지워지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