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 경북대 교수
김규종 경북대 교수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된 까닭은 무엇일까?! 많은 학자가 이 문제를 깊이 고민했고, 결론은 하나로 귀결된다. 알고 싶은 욕망, 지적 호기심(好奇心)이다. 한국동란이 한창이던 1953년 5월 29일 에드먼드 힐러리(1919∼2008)는 네팔의 산악인 텐징 노르가이의 도움을 받아 에베레스트를 처음 등정한다. 그들보다 30년 앞서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도했다가 정상 수백 m 앞에서 실종된 조지 멀로리(1886-1924)는 기막힌 명언을 남긴 사람이다.

“산이 거기 있으니까.”

에베레스트에 오르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나는 이 말을 다른 형태로 변용한다. “코끼리나 도마뱀, 공룡이나 악어, 침팬지나 개구리가 산소통 짊어지고 에베레스트에 오른 적이 있던가?!” 왜 인간은 극한의 고통을 참으며 만년설로 뒤덮인 설산의 정상에 오르려 하는가?! 그것은 하나의 이유로만 설명할 수 있다. 궁금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보이고 어떻게 다가올 것인지, 등반가의 마음은 또 어떤지. 호기심은 진화 사다리의 정점에 인간을 끌어올린 원동력이다. 직립보행으로 자유로워진 두 손과 높아진 시야, 언어능력 이외에도 인간은 지평선 너머의 세계를 궁금해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들은 동아프리카 지구대를 탈출하기로 마음먹는다. 그 시기를 유발 하라리는 7만년 전, 다니엘 밀로는 5만8천년 전, 홍윤철은 5만년 전으로 상정(想定)한다. 그들이 활용하는 고고학 자료와 문건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호모사피엔스의 최초 이동이 오늘날 지구촌의 초기 역사를 결정한 것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사바나에 남거나, 유럽으로 넘어가거나, 아시아와 호주 쪽으로 이동하거나, 얼어붙은 베링해협을 건너서 아메리카 대륙을 종단하거나! 이런 분기점의 차이는 사바나의 지평선 너머에 있는 새로운 땅과 물에 대한 사피엔스의 거역할 수 없는 지적 호기심에서 발원한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원천은 인간의 뇌(腦)다. 뇌는 인간 몸무게의 2%를 차지하지만, 기초대사율 비중은 20%에 이른다. 여느 신체 기관보다 월등한 에너지 소비량을 자랑하는 것이 뇌다. 뇌가 활발하게 작동되어야 인간이 자격이 생겨난다는 얘기다. 인류의 생존비법이자 진화 사다리 정점에 도달한 근본적인 동력이 뇌에서 나왔다는 증거다. 그런데 요즘 청춘들은 뇌를 본래의 기능에 맞춰서 쓰지 못하는 듯하다.

생각하는 능력으로 여타 생명체를 압도한 인간이 21세기 시점에 스스로 퇴행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 나의 소견이다. 이런 현상은 특히 나의 조국에서 강력하게 현현하고 있으며, 책임소재의 상당 부분은 대학입시에 있다. 독서와 사색, 글쓰기와 토론에 기초한 교육 대신에 암기와 찍기 능력 향상을 목표하는 수능은 폐지되어야 한다. 중고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말살하고 성적순으로 서열화를 강요하는 악랄한 대입제도는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자라나는 청춘들에게 자유롭고 활달한 상상력과 왕성한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대입제도의 도입이 시급한 시점이다. 국가교육위원회의 분발을 새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