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태수필가
조현태
수필가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어렵게 살아가는 한 남자가 있었다. 폐품을 모아 힘겹게 생활하는 중에 치매를 앓던 어머니마저 돌아가셨다.

그 남자에게 남은 가족이 있다면 칠 년여를 함께 살아온 ‘똘이’라는 개 한 마리. 그 개에게도 남자가 유일한 가족이지만 갑자기 사라졌다. 왜냐면 어느 날 그 집에 화재가 발생해 집이 다 타버렸기 때문이다. 남자는 크게 화상을 입어 119구급차로 이송되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똘이 역시 화상으로 다리를 절룩거렸지만 아픈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직 주인 남자가 없다는 것만이 관심이었다. 전소된 집터에 널브러진 남자의 바지 하나와 평소에 똘이가 누웠던 자리만 보면 애타게 주인을 찾는 소리를 질렀다. 바지에서 맡아지는 익숙한 주인 냄새를 맡을 때마다 길게 우짖는 소리. 집 앞을 지나다니는 차량을 유심히 살피는 눈길. 갑자기 혼자만 남겨두고 왜 주인도 사라지고 집도 없어졌는지 모르겠다는 똘이의 표정은 불안하고 어둡기만 했다.

한편 남자는 매우 아픈 화상치료에 정신이 팔려 똘이를 깜빡 잊고 있었다. 알고 보니 똘이도 화상을 입은 채 절룩거리면서도 자기를 애타게 찾아다니고 있었다. 벌써 한 달이 넘어가는데 똘이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자신을 탓하며 울먹인다. 그렇다고 개를 병원으로 데려올 수도 없으며 만나러 나가는 외출도 허용되지 않으니 안타까울 뿐이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이웃이 나섰다. 개를 붙잡아 치료도 하고 먹이도 제공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먹지 않고 불안한 눈만 굴리고 있었다. 갑자기 당한 생이별이 얼마나 큰 간극을 벌려놨는지 훤히 보이는 장면이었다. 동물병원 수의사가 말했다. 육체에 생긴 상처로 아프고 쓰라린 고통은 별거 아니지만 생이별하게 된 마음의 상처는 설명되지 않는 깊은 고통을 남긴다고 했다. 둘 사이에 생이별을 해결해 줄 방법은 다시 만나게 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우선 주인의 영상을 보여주고 ‘어서 와, 밥 먹어’라는 녹음된 음성도 듣게 했다. 익숙한 목소리에 관심을 갖는 듯 하다가 주인의 모자와 지갑을 먹이 곁에 놓아주고서야 똘이가 경계를 풀고 먹이를 조심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병원에서도 특별히 배려하여 똘이를 병원 뒷마당까지 데려와도 된다고 허용했다. 이제는 영상이 아니라 직접 만나는 기쁨까지 누리게 해 주었다. 미리 뒷마당에 나와 똘이를 애타게 기다리는 주인의 감정과 멋모르고 실려와 ‘똘이야’부르는 정겨운 소리를 얼른 알아차리고 뛰어가서 안기고 핥아주는 감정이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단 둘만 남은 가족인데 재활치료가 끝나면 다시 한 집에서 더욱 사랑하며 살 것만 같았다.

이러한 형편을 알게 된 이웃들이 힘을 합하여 불타버린 집도 새로 마련하고 세간과 똘이 집까지 마련하여 주었다. 텔레비전에서 이 방송을 시청하면서 콧날이 찡 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남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일이 처처에 있다. 그나마 상처 준 잘못을 깨달으면 똘이처럼 치유가 되겠지만 상처를 주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면 아! 똘이보다 못한…. 필자는 희망을 갖는다. 우리에게는 선하고 아름다운 이웃이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