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태수필가
조현태
수필가

핼로윈 문화는 까마득한 옛날에 아일랜드 켈트족의 풍습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일종의 종교적 의식으로 죽은 사람의 영혼에 대응하는 풍속이 핼로윈데이로 정착했다고 한다. 19세기 중반 무렵 미국에 아일랜드 출신의 이민자가 늘어나면서 미국에서 핼로윈 축제가 빠르게 확산되었다. 근래에 와서 빼빼로데이, 화이트데이, 삼겹살데이, 밸런타인데이 같은 신종 문화가 한국에도 유행하여 축제 행사처럼 열리고 있다.

이렇게 외국 문화가 한국에 들어오듯 한국 문화도 외국으로 많이 전파되고 있다. 이는 어느 한 국가라기보다 세계 모든 국가와 사람이 점차 어우러져 통합되어가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핼로윈 문화를 거부할 필요는 없다. 다만 한국적인 핼로윈으로 즐기면 될 일이다.

2022년의 핼로윈은 대단한 충격과 슬픔을 남긴 축제로 기록될 것이다. 과밀한 인파에서 발생한 압사사건으로 무려 343명이나 되는 사상자를 냈기 때문이다.

방송사나 신문사의 발표를 보면 원인을 규명하고 처벌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도하고 있다. 경찰의 대응이 늦었다는 둥, 골목에 무단점유물이 문제라는 둥, 좁은 길에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렸다는 둥….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는데 필자의 생각으로는 무엇이 잘못된 일인지 딱 꼬집어 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니까 어느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 우리 사회 전체가 자성하라는 큼직한 꾸중이 아닌가 싶다.

이번 이태원 참사의 특징은 뚜렷하다. 첫째, 외국 문화가 물밀듯 밀려와도 거절할 수 없는 지구촌 시대이다. 특히 젊은 층이 향유하는 축제 분위기는 저지 억제한다고 수그러들지 않는다. 둘째, 한국 사회가 저질러 온 무분별한 행동에도 문제가 있다. 긴급전화 112 혹은 119에 재미삼아 전화하여 장난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그래서 경찰이 전화를 받아도 어디냐고 자꾸 따지고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참에 긴급전화만큼은 발신자 위치와 번호를 자동으로 체크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면 어떨까. 그래서 장난전화에 대한 처벌도 따라야 할 터이다. 셋째,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억눌렸던 감정이 축제 분위기와 겹치면서 과밀한 군중이 참여함으로 통제가 어려웠다.

이태원 참사 중에 경찰이 적극 개입했다면 사망자 수를 훨씬 줄일 수 있었으리라는 판단으로 조사 중이라고 한다. ‘경찰이 다 잘 했다고는 할 수 없듯이 참여한 군중이나 현장 사정은 전혀 문제가 없는가? 외국 문화에 거침없이 반응하는 지금 시대는 다 잘 했는가?’라고 질문해 보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이미 수많은 목숨이 사라졌고 또 이러한 변고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 중요한 것은 이런 사건을 바탕으로 사회의 질서나 신뢰가 더욱 발전하여 아름다운 사회로 거듭나기를 바랄 뿐이다. 황망한 슬픔에 빠진 유족에 진심어린 위로와 사랑을 전한다. 마음이 많이 상하겠지만 처벌과 보상만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닐 수도 있다. 온 국민이 함께 짊어져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아울러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로의 기틀을 잡게 하는 긍정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