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태수필가
조현태 수필가

죽도어시장에서 싱싱한 고등어를 샀다. 제법 큰 놈으로 세 마리나 샀으니 한꺼번에 모두 먹어치울 재간이 없다. 한 마리만 구워도 실컷 먹을 분량이라 나머지 두 마리는 바로 냉동보관을 했다.

그리고 한 주간쯤 지나 바짝 냉동된 생선을 전자레인지로 해동시켜 구웠다. 어째 냉동시키지 않았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모양도 맛도 엉망이었다. 그렇다고 냉동된 상태로 바로 구울 수는 없지 않은가. 누가 가르쳐주기를 그러지 말고 냉장실에 옮겨 하루를 두었다가 구우라고 했다. 하여 남은 한 마리는 하루 동안 천천히 해동시켜 구웠는데 급하게 해동시킨 경우보다는 훨씬 좋았다.

또 어떤 이가 해동 방법을 일러주었다. 소금과 식초를 미지근한 물에 풀어놓고 냉동생선을 담가 십여 분 지나면 된다고 했다. 그러니까 소금과 식초의 역할을 이용하면 빠른 해동에도 육질 손상이 덜 된다는 설명이었다. 소금은 바닷물과 비슷한 염도로 해동하므로 육즙 보호와 생선의 불순물 제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식초는 생선살이 허물어지지 않게 하고 살균 효과도 있단다. 이 방법도 레인지 해동보다는 느리지만 상온해동보다는 매우 빠른 해동방법이다.

어차피 어시장에서 소매하는 생선은 한 번 냉동했던 물건이다. 최대한의 선도를 유지하는 범위에서 해동하여 판매하는 것을 소비자가 또다시 냉동시킨 격이다. 이미 육질이 떨어진 생선에 전자파를 이용한 강제해동이 육질을 더욱 흔들어 놓은 상태가 아니겠는가. 상온에서 천천히 녹이면 육질이야 덜 상하겠지만 해동되는 과정에서 자칫 세균이 발생하는 우려도 있단다.

어쨌거나 생선해동 이야기를 꺼낸 까닭은 너무 서두르는 일이 좋지만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빨리 해동하는 방법은 맛이 덜하고 느리게 녹이면 세균과 시간적 부담이 따른다. 그래서 전문가가 연구한 방법이 소금과 식초를 이용하라는 것이리라. 어쩌면 ‘빨리빨리’에 익숙한 한국적 방법에 접근하는 연구인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활어가 아닌데 활어만큼의 품질을 바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형태로든 투자한 만큼의 가치가 있을 터이다. 투자를 시간으로 하든지 소금과 식초 같은 물질로 하든지 아니면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는 연구로 하든지.

필자는 전문 요리사가 아니므로 가치가 떨어진 생선을 먹어도 나무랄 일은 아니다. 다만 더 좋은 방법을 가르쳐주는 일은 해당 분야에 전문가나 할 일이다. 만약에 필자가 전문 요리사였다면 뭉그러지고 비릿한 생선구이를 먹었겠는가.

작금에 여러 분야에서 행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비전문인은 없는 듯하다. 모두가 다 정치가요, 누구나 다 지도자요, 아무나 다 평론가요, 맞닥뜨리면 다 자신이 최고라고 으쓱거린다.

요리사라면 최소한 소금과 식초의 역할 정도는 분명히 알고 있듯이 수많은 전문가들이 해당 분야의 세부사항 정도는 알고 전문가라고 하면 좋겠다. 그럴 능력이 없거든 비리고 뭉그러진 생선이나 먹어야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