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 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 아주 짧은 시간을 제외하면 나는 나를 거의 보지 않는다. 내게 이름이 있지만, 그건 내가 쓰기 위해서라기보다 남이 나를 부를 때 사용할 뿐이다.

다 아는 것 같아도 나는 나를 잘 알지 못한다. 남들이 보기엔 뻔해 보이는 약점도 글쎄 나는 잘 모르기 일쑤다. 언론 지면을 장식하는 사람들 가운데에도 어쩌면 저렇게 부끄러운 짓을 천연덕스럽게 하고 있을까 싶지만 글쎄 그는 그런 줄 모르고 있기 십상이다. 진짜로 모른다.

나는 나를 그만큼 모른다. 나라가 어지러운 것도 그럴만한 짓을 저지르는 사람이 그런 사정을 까맣게 모르는 탓이 아닐까. 잘하는 줄 알고 하는 일이 아 글쎄 온 국민들에게는 걱정을 끼치는 줄 아마도 모르는 게다.

물건을 만드는 사람 다르고 파는 사람이 달라야 그 물건이 잘 팔린다고 한다. 왜냐하면, 물건을 만든 사람은 공을 들인만큼 애착이 있어, 그냥 좋은 줄만 알아서 그냥 내 물건 자랑만 한다는 게다. 소비자가 어떨 때 그런 물건이 필요한지 사실은 도무지 모른다는 게다.

애플(Apple) 컴퓨터를 세계적인 상품으로 만들어 낸 사람은 물론 스티브잡스(Steve Jobs)다. 하지만, 애플이 처음부터 잘 팔렸을까? 아니, 처음엔 시장점유율이 바닥을 기었다. 잡스가 죽기 전에 남긴 회고에 따르면, ‘물건은 내가 만들었지만 팔기는 저 사람이 팔았다’는 사람이 있다.

광고전문인 리클로우(Lee Clow).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잡스를 도와 애플이 만든 매킨토시(McIntosh) 컴퓨터가 공전의 성공에 이르도록 만들어낸 사람. 그는 당시 컴맹에 가까운 문외한이었다고 한다.

물건을 만들었지만 ‘물건의 까닭’을 당신은 아직 모른다. 사람들이 당신의 물건을 사야 하는 그 느낌을 글쎄 모른다. 리클로우가 컴퓨터의 그림자도 보여주지 않으면서 ‘다르게 생각합시다’라고 말을 걸었을 때,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남들과는 다르게 살고 싶은 사람들의 안테나를 잠에서 깨웠다. 애플 컴퓨터가 빌게이츠(Bill Gates)에게 의미있는 도전장을 던진 건 그래서 스티브잡스가 아니라 리클로우인 셈이다.

물건을 만드는 사람은 그래서 물건을 팔지 않아야 하는 게 공식처럼 되어버렸다. 내가 나를 모르듯이, 내 물건도 내가 모른다는 ‘홍보의 겸손법칙’을 배운 게 아닐까. 우리 동네, 잘 아는 것 같아도 실은 그렇지 않다. ‘서울 사람이 서울을 가장 잘 모른다’는 통계가 있었다고 한다.

그랬던 잡스가 남긴 한 마디가 있다. ‘인생은 짧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고 짧은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내가 가장 잘할 일을 찾기도 만만치 않지만, 남이 나보다 잘할 일을 붙들고 있는 미련함은 떨쳐야 한다. 잡스가 컴퓨터 만들기를 넘어 팔기에도 매달렸다면, 어쩌면 우리는 아이폰을 구경도 못했을지 모를 일이다.

나는 나를 모른다. 포항은 포항을 모르고, 경북은 경북을 모른다. 누구라도 밖에서 우리를 찾아올 까닭을 발견할 사람은 우리 안에 없다. 눈을 크게 뜨고 찾아야 한다. 그게 누굴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