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흑구의 삶과 문학’ 출간
일제강점기 한국문학의 白光
삶과 문학 재조명한 첫 연구서

단 한 편의 친일문장도 쓰지 않은 영광된 작가. 시·소설·평론·수필·영미문학 번역을 아우른 일제강점기 한국문학의 백광(白光). 60∼70년대 중학교 국정교과서에 실렸던 명수필 ‘보리’의 작가 한흑구(본명 한세광·1909~1979).

포항 최초 근대적 지식인, 전국적 문학인이었던 한흑구의 삶과 문학 전반에 대해 살펴보는 연구서가 나왔다.

‘한흑구의 삶과 문학’(아시아)은 도서출판 아시아가 지난 2년여 동안 기획, 현장답사, 학술대회 등을 진행하며 한흑구의 삶과 문학을 다각도로 연구한 논문들을 한 권으로 정리한 것이다. 한흑구의 삶과 문학을 총체적으로 재조명한 첫 연구서가 출간된 것이다.

이 책은 방민호 서울대 교수의 ‘한흑구 문학의 특질과 한국현대문학사에서의 의미’로 시작된다. 문인 한흑구의 면모를 한국문학사의 맥락에서 충실하게 더듬는다. 이를 통해 한흑구가 한국현대문학사의 빈 공간을 채웠던 소중한 시인이자, 소설가이자, 평론가였음을, 그리고 수필가였음을 설득력 있게 조명하고 있다.

이경재 숭실대 교수의 ‘불멸의 민족혼 한흑구와 그의 소설에 나타난 미국’은 미국을 다룬 한흑구의 모든 소설을 대상으로 해, 당대의 미국에 대한 다양한 담론들을 참조해 그의 소설에 드러난 미국 표상의 양상과 의미를 살펴보고 있다. 이 교수는 해방 이전 한흑구 소설의 미국 표상이 지닌 의미도 보다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한명수 문학평론가는 ‘흑구 한세광은 민족시인이었다’에서 한흑구가 일제의 압박과 박해를 견디며, 꿋꿋하게 민족의 자존심과 자리를 지킨 민족시인이었다는 사실을 밝힌다. 치밀한 논증과 엄격한 해석을 통해 민족의식과 당당한 지조가 한흑구의 시뿐만 아니라 수많은 산문에도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흑구의 삶과 문학’표지(왼쪽)와 한흑구 작가
‘한흑구의 삶과 문학’표지(왼쪽)와 한흑구 작가

박현수 경북대 교수는 ‘한흑구 초기시의 모더니즘 경향과 칼 샌드버그의 도시 민중시학’에서 우리에게 낯선 시인 한흑구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한흑구는 문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하던 처음부터 시를 발표했으며, 이후에도 시를 지속적으로 써온 시인이다. 박현수는 한흑구 시 중 재미 기간과 그 이전의 시를 초기시라 규정하고 이들 시에 특징적으로 드러나는 도시성과 민중 지향성을 분석하고 있다.

안미영 건국대 교수는 ‘한흑구의 영미문학 수용과 문학관 정립’에서 한흑구의 문학과 그가 수용한 영미문학의 관련성을 치밀하게 파헤친다. 특히 한흑구가 영미 소설 번역을 통해 흑인의 인권뿐 아니라 노동자의 인권 문제에 주목했음을 밝혀내고 있다.

안서현 서울대 교수는 ‘해방 이후 한흑구 수필과 민족적 장소애’에서 그동안 미발굴됐던 한흑구의 수필 수십 편을 새롭게 발견해 공개하고 있다. 수필가로 널리 알려진 한흑구의 수필관은 물론이고, 그의 수필세계의 전반적인 경향에 대해 실었다.

이 책에 수록된 마지막 글인 한명수 문학평론가의 ‘인터넷 게시 사전류에 나타난 한흑구의 이력에 관하여’는 인터넷에서 널리 유통되는 사전류에 등재된 한흑구의 이력에 관한 오류들을 치밀하게 밝히고 있다.

한흑구문학기념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류영재)의 일원으로 기획, 학술대회, 연구서 출간에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이대환 작가는 “이상의 연구들은 한흑구의 삶과 문학을 해명하는 데 그 길목을 참으로 집요하고 성실하게 살펴보았다고 감히 자부할 수 있는 논문들이다. 그럼에도 한흑구라는 거목이 차지하는 기존 한국현대문학사에서의 위상을 생각한다면, 그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이제 시작이라고 해도 결코 겸사만은 아니며, 한흑구를 한국현대문학사의 집에 제대로 영접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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