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 경북대 교수
김규종 경북대 교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가 연일 화제를 뿌리며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요즘 한국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우영우’의 폭발적인 인기가 새삼스럽지 않다. 하지만 드라마의 주인공 우영우를 수식하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를 생각해보면 상황이 녹록지 않다. 천재성을 가진 자폐 장애인 우영우가 대형 법률회사에 입사하여 좌충우돌하는 게 기둥 줄거리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폐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와 드라마는 적잖다. 영화 ‘말아톤’ (2005)과 ‘그것만이 내 세상’(2017), ‘증인’(2019)과 드라마 ‘굿닥터’ (2019) 등을 거명할 수 있다. 이런 장애 영화와 드라마를 해외로 확장하면 부지기수(不知其數)가 될 것이 분명하다. 왜냐면 장애인을 따사롭게 보듬는 인권 선진국들은 자폐를 포함한 각종 장애인을 외면하거나 냉대하지 않고 일반인들과 다르지 않게 받아들여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1988년 할리우드 영화 ‘레인 맨’에 등장하는 레이먼드와 그의 아우 찰스의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인색한 아버지로 인해 감옥에서 썩어야 했던 찰스가 거액의 유산 때문에 형 레이먼드와 여행하면서 겪는 사건을 중심으로 영화가 진행된다. 레이먼드는 ‘서번트 증후군 savant syndrome’을 겪는 자폐 장애인이다. 한편으로는 천재적인 암기력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의사소통에 커다란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우영우 역시 자폐에 시달리는 장애인이지만 천재적인 머리를 가지고 있는 데다가 예쁘기까지 하다. 우리는 우영우를 장애인 취급하기보다는 뛰어난 지적 능력을 소유한 아름다운 여성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장애와 장애인 문제는 그다지 심각하거나 우울하지 않다. 우리는 여러 사회적 난제를 이겨내는 그녀의 인내력과 빼어난 능력에 감탄하면서 드라마에 공감한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벌이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따뜻하고 이해심 있는 태도로 바라보는 직장인들이 얼마나 될지 자못 궁금하다. 전장연의 주장을 보면 우리 사회의 이중적인 면모가 확연히 드러난다.

“사람들은 우영우란 캐릭터를 보면서 함께 공감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드라마를 보고 있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있으면 누구나 장애인도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드라마를 끄고 현실로 돌아와 출근길에서 장애인이 ‘지하철 타기 선전’을 하면 드라마를 보던 사람들의 마음들은 오간 데 없습니다.”

이와 같은 이중성은 한국 사회의 민낯 가운데 하나다. 예전에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팠고, 지금은 가까운 친구나 친지가 성공하면 암에 걸릴 지경이니 말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생각은 여전히 어불성설이다. 그래서 ‘우영우’가 끝나면 장애인의 이동권, 노동권, 탈시설 목소리도 시나브로 잦아들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는 험난한 세상에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