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태 수필가
조현태 수필가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잡담을 나누는 중에 ‘부자가 되는 방법’이 화제가 되었다. 한 선배가 조금은 엉뚱하다 싶은 방법을 제시했다. ‘부자가 되려면 정리정돈을 잘 해야 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니까 돈을 많이 모으려면 돈이 차곡차곡 쌓여있어야 한단다. 즉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는 돈은 정리가 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그것이 현금이든 주식이든 또는 사업이든 직장 업무이든.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닌 듯했다.

현금이나 주식은 적재적소에 명료하게 사용되어야 하고, 개인사업은 빈틈없는 설계와 함께 야무지게 관리할 수 있도록 정돈할 필요가 있다. 직장 업무도 마찬가지다. 한 직원이 맡은 일이 까다롭고 복잡할수록 순서와 절차가 반드시 필요할 터이다. 그래야 업무를 처리해 나가는데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될 것이요, 업무처리가 완벽할수록 능력이 인정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보면 명예나 권력이나 예술에 이르기까지 정리정돈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명예’가 포함되는 문구를 보면 명예를 높이다, - 더럽히다, - 되찾다, - 실추시키다, - 얻다, - 지키다, - 훼손하다, - 걸다, - 빛내다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동사형으로 표현되는 주체가 ‘명예’라고 보면 어떤 행동 여하에 따라 모두 달라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정돈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주어의 가치가 결정된다 하겠다.

권력이 무엇인가.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을 ‘권력’이라 한다. 특히 국가나 정부가 국민에 대하여 지닌 강제력이기도 하다. 이 또한 정돈되지 아니한 국민에게는 그 가치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민중이 권력을 인정하고 수용하려면 정리정돈이 얼마나 잘 되었는지에 따라 권력을 인정한다.

마찬가지로 스포츠니 문화니 예술 등도 예외는 아닐 성 싶다.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인간의 활동 및 그 작품이 예술이다. 작품에 대하여 훌륭하다며 감동하고 칭찬한들 정돈되지 아니한 수용 앞에는 별 가치가 없다. 감동과 칭찬이 뒤죽박죽이라면 온전한 예술이라 할 수 없지 않은가.

돈도 명예도 권력도 백사장에 묻힌 동전만큼 찾기가 어렵지만 그것을 지키고 유지하기도 얻기만큼 힘들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아는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키지 못하고 깡그리 잃어버리는 순간을 맞는 것은 왜인가. 당사자 스스로 정돈된 상태라고 착각하는 순간, 주변도 함께 정리된 줄로 한 번 더 착각하기 때문이다. 주변과 자신 사이에 정리정돈이 되지 못한 탓이다.

예컨대 이인삼각 경주를 생각해보자. 두 사람의 생각이 일치되어야 올바른 달리기를 할 수 있다. 제각기 판단하여 옳다고 여기는 대로 행동하면 반드시 함께 넘어진다. 그러므로 구경꾼도 경주자와 일치하게 구령을 외쳐주고 다함께 뛰는 마음으로 응원한다. 그래야 목표점까지 완주할 수 있다. 발목을 묶은 두 선수는 물론이요 응원하고 진행하는 모든 사람들의 맡은 바를 잘 수행하는 그것도 정리정돈이라 할 수 있다.

개인이든 국가든 지구촌이든 올바르고 아름답게 목표를 달성하려면 정리정돈을 잘 하자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