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시간’
줄리 리스콧-헤임스 지음
온워드 펴냄, 인문

‘어른이’라는 말이 있다. 어른이 됐지만 어른스럽지 못한 정서를 지닌 사람을 일컫는다. 우리 사회에서 나이도 들고 돈도 벌고 ‘어른 구실’을 하면서도 사람들이 스스로 어른이 됐다고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전 세대가 너무 많은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안겨줬기 때문일 수 있다. 그동안 부모가 너무 많은 문제를 대신 해결해 줬기 때문일 수도 있고, 스스로 갈등을 마주하고 해결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환경에서 태어났고 자랐든, 우리는 지금부터 우리의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그 시작은 ‘실망시킬 용기’다. 신간 ‘어른의 시간’(온워드)에는 여러 사람이 등장한다. 10대에 가장이 된 카일은 어린 동생을 뒤로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대학에서 교육받기를 선택했다. 명문대를 다니던 한국인 2세 짐은 치과 의사가 되라는 어머니의 말을 어기고 여러 직업을 거쳐 회사를 경영 중이다. 이슬람교도인 이르샤드 만지는 이슬람의 반유대주의, 성차별에 대한 책을 썼다. 그들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 ‘실망시키기’를 무릅쓴다.

가까운 사람을 실망시키는 건 힘든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내게 기대를 걸고, 그게 실망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 책의 저자 줄리 리스콧-헤임스는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신입생학부 학장을 지내며 수백 명의 20대를 만났다. 이 책에는 저자 자신을 포함해 어른이 되는 순간을 맞이한 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저마다 다른 상황과 문제에 부딪혔지만 공통점이 있다. 안정적인 진로와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주변의 기대와 자기의 욕망 사이에서, 스스로 세워둔 계획과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 사이에서 방황하고 괴로워하는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그러다 각자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노하우를 배우고, 자기 삶을 책임지는 사람으로 거듭난다.

수백 명의 20대를 만나본 그는 일방적으로 조언을 건네기보다 먼저 자신의 모습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그가 상담해준 수많은 학생, 동료, 이웃, 친구들과의 이야기는 이 책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그는 무엇보다 취업, 독립, 결혼, 출산처럼 성인기를 정의하는 전통적인 지표들이 오늘날에는 들어맞지 않으며, 오히려 자립, 열정, 선택한 가족 같은 새로운 개념이 진정한 성인기를 이룬다고 말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을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방법을 배우는 즐거운 과정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이 책에는 현명한 직장 생활, 영리한 자산 관리, 상호보완적인 대인관계 등 인생을 살아가며 일찍 알아둘수록 좋은 팁도 빠짐없이 담겨 있다.

저자는 상대의 실망이 두려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마음이 이끄는 선택을 하지 못한다면 원망에 사로잡혀 과거에 갇히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어른이 된다는 건 결국 남의 판단을 신경 쓰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나를 돌봐주는 사람이 있고, 그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는다. 생의 마지막에 가까워지면 어떨까? 역시 우리는 우리를 돌봐주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저자는 그사이의 시기가 바로 온전한 어른의 시간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는 이 시간을 최대한 누리기 위해 필요한 팁들이 가득하다.

저자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완벽주의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자신이 얼마나 완벽한지에만 집중하면 도전을 꺼리게 되지만, 자신의 단점을 인정하면 나아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다음 단계를 고민할 수 있다면 관계도 더 잘 맺을 수 있으며, 위기가 찾아왔을 때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이외에도 현명한 직장 생활, 영리한 자산 관리, 충만한 관계 등 인생을 살아가며 일찍 알아둘수록 좋은 팁도 빠짐없이 담았다. 이 팁들을 실천하기 시작하면 어른이 되는 것은 가장 복잡하지만, 또한 가장 풍부하고 보람 있고 자연스러운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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