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도 JTBC ‘서른, 아홉’서 시한부 환자역
“감정 조절하며 연기하는게 가장 힘들었죠”
동갑내기 손예진·김지현과 ‘워맨스’ 호평

배우 전미도. /비스터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전미도. /비스터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환자보다는 의사가 (연기하기에) 좀 더 편한 것 같아요.(웃음)”

배우 전미도(40)가 5일 서울 강남구의 한 빌딩에서 한 인터뷰에서 JTBC 수목드라마 ‘서른, 아홉’을 통해 의사가 아닌 환자를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 시리즈에서 의사 채송화로 분했던 그는 이번 작품에선 마흔을 앞두고 시한부 판정을 받은 정찬영을 연기하며 180도 달라진 모습을 선보였다.

극 중 찬영은 털털한 성격에 거침없는 화법을 가진 인물로,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슬픔에 계속 잠겨 있기보다는 주변 사람들을 더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올라오는 감정을 참아내야 할 때가 여러 번 있었어요. 찬영이가 무너지면 너무 신파가 될까 봐 (감정을) 조절하는 게 가장 힘들었죠. 배우로서 욕심내서 (연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는데, 돌이켜보면 어떤 장면은 오히려 너무 담담하게 표현했나 싶기도 해요.”

전미도는 ‘슬의생’ 시리즈에 이어 ‘서른, 아홉’까지 삶과 죽음을 다룬 작품에 연달아 출연하면서 “주변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보내는 시간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고 고백했다.

“예전에는 막연하게 약속을 잡았다면 지금은 ‘당장 내일 만나자’는 식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게 됐어요. ‘서른, 아홉’을 찍으면서는 부고 리스트를 만들어보기도 했고요.”

다만 ‘불륜 미화’라는 지적을 받았던 찬영과 유부남 진석(이무생 분)의 관계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저도 우려되긴 했다”면서도 “두 사람을 굉장히 오랫동안 많은 걸 얘기하고 공유했던 편안하고 가까운 사이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조심스레 생각을 밝혔다.

‘서른, 아홉’은 찬영의 남은 생을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시한부’로 만들고자 하는 친구들과 찬영의 모습을 그리며 ‘워맨스’(여성들의 깊은 우정)에 집중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는 점에서 호평받았다.

전미도는 “20대도 아니고 마흔을 바라보는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반가웠다”며 “(‘서른, 아홉’과 같은)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다양한 여성 서사를 그린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실제로도 동갑내기인 손예진, 김지현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저희 셋 다 캐릭터랑 잘 맞아떨어졌다”며 두 배우를 향한 고마움을 표했다.
 

JTBC ‘서른, 아홉’ 포스터. /JTBC 제공
JTBC ‘서른, 아홉’ 포스터. /JTBC 제공

“예진 씨는 ‘역시 손예진이다’ 싶었어요. 너무 훌륭한 배우이고 프로페셔널해요. 똑 부러지고, 정확하고, 리더십 있게 끌어가는 모습이 정말 미조와 많이 닮았어요. 지현 씨도 주변 사람을 배려하고 챙기는 게 주희랑 너무 비슷하고요. 지현 씨랑은 거의 10년 만에 연기를 같이하게 됐는데 역시나 좋은 배우라는 걸 느꼈고, 덕분에 더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죠.”

이번 작품에서 맺은 인연으로 최근 손예진과 현빈의 결혼식에 참석했던 그는 “(손예진의) 드레스 입은 모습을 보자마자 지현이랑 저랑 눈물이 났다”면서 “불과 (만난 지) 5개월밖에 안 된 사이임에도 고등학생 때부터 함께해 온 친구가 시집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애틋함을 드러냈다.

뮤지컬계에서는 이미 유명했지만 2020년 ‘슬의생’으로 많은 사람에게 얼굴을 알린 전미도는 “여전히 불특정 다수가 저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 익숙하지 않다”면서 “아직도 (매체 연기에) 적응하고 있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40대에 접어들며 확실히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고 밝힌 그는 “이제 완벽해질 수 없다는 것도, 너무 잘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받아들이는 나이가 됐다”고 말하며 웃었다.

“부족한 면을 받아들이게 됐어요. 욕심이나 힘을 덜어내니 더 유연해질 수 있겠더라고요. 앞으로도 주어지는 기회 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얼마나 달라질지 모르겠지만요.(웃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