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잡히지 않는 둥근 거울’

김기찬 지음·학이사 펴냄·시집

“내게 찔레꽃은/ 늘 고향의 안부 같은 것이다//민들레, 진달래도 그렇지만/특히 그 아릿한 향기는/문간방 고향 누나들의 분 냄새처럼/언제나 살갑게 다가오는 것이다//….//뒤안길 홀로 훌쩍이던 누이의 흔적일 때도 있고/할아버지 상여 뒤따르는/열 두 살 내 흔적도 함께 묻어 있는 것이다”- 김기찬 시 ‘찔레꽃’ 부분

서정성과 통찰력으로 자아와 사물을 따뜻하게 관조하는 김기찬 시인이 그동안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과 최근 작품을 묶어 ‘붙잡히지 않는 둥근 거울’(학이사)이라는 이름으로 첫 시집을 출간했다.

시집은 1부 꽃과 나무, 2부 사색, 3부 바다와 산, 4부 생활 주변, 5부 미래 세계 등 총 5부로 나눠 62편의 시에 자연과 사물, 자아에 대한 사유를 담았다. 특히 “문간방 고향누나들의 분 냄새처럼/언제나 살갑게 다가오는 (‘찔레꽃’)” 꽃 시편들과 “바닷가 조약돌에는/태고부터 이어 온/자연의 리듬이 담겨 있다(‘조약돌’)”는 사색 시편들이 눈길을 끈다.

큰 바위와 작은 자갈을 시냇물처럼 자연의 속도로 어루만지는 시어는 읽는 이를 편안하게 작품 안으로 끌어들인다. 소통이 되는 시를 찾아보기 힘든, 생경한 언어의 시대에 단정하고 아름다운 미적 형상화와 더불어 여백과 통찰이 들어 있는 김기찬의 시는 본연의 서정시에 가장 근접한 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설을 쓴 손진은 시인은 “김기찬 시인은 생래적 서정시인인 동시에 삶 속에 숨은 존재의 깊은 어스름은 물론 근원적인 시간성을 향해 나아가는 시인”이라는 평을 남겼다.

2017년 동리목월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김기찬 시인은 1940년 안강 출생으로 경북대 사범대학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동대학교 영문과 교수를 거쳐 현재 명예교수로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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