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정

덕진 연못에 가면

오색천으로 옷을 기워 입은 사람이 단소를 분다

크고 작은 천조각을 아무렇게나 이어붙였다

명주천에 무명천, 두꺼운 모직천도 보인다

얇고 두꺼운 천들을 모아 붙여 울퉁불퉁하다

흠집을 한 실이 동아줄이니 더욱 편편하지 않다

듬성듬성한 바늘 땀으로 실밥마저 늘어져 있다

꽃잎이 조금씩 열린다

차차로 물 위에 연꽃이 뜬다

봉오리는 이미 보이지 않는다

누더기, 남루.

천지를 끌어안은 사람이 단소를 분다

물 위에서 연꽃이 고요하다.

“천지를 끌어안은 사람”이 부는 단소 소리는 물을 깨운다. 물은 연꽃을 띄우고 그 꽃잎을 조금씩 열게 한다. 모두가 부처인 새로운 세상이, 대동세상이 열리기 시작한다.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희희낙락거릴 수 있는 세상, 자유로운 세상이 장엄하게 도래하기 시작한다. 선재동자처럼, 물은 온갖 버려진 존재들이 굴러다니는 세상을 돌면서 어루만지고는, 저기 연못이 되어 ‘연꽃-화엄 세상’을 새로이 열고 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