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랑

여기서 한 생애를 건너가야 한다면

누더기 걸치고 왔어도 마지막은 눈부셔야 하리

햇살 한 입 베어 물고

어깨 위에는 순한 바람망토 두르고

별빛망울 같은 추억들 눈동자에 출렁이게 하고

가시를 찾아 날고 있는 새

나에게 오는 날은 언제인가

무엇을 찾아 나는 날고 있는 것일까

머리를 제쳐 하늘 쳐다봐도 길은 보이지 않고

한 생애를 여기서 울다가야 한다면

마지막에 우는 울음은 깊고 가장 맑아야 하리

시인은 “마지막에 우는 울음”은 가시나무새의 울음과 같이 “깊고 가장 맑아야 하리”라고 희망한다. 가시나무새는 마지막을 눈부시게 해줄 울음을 울 존재다. 시인은 마지막이 오면 이 새가 자신을 찾아오길 바란다. 그리고 그때엔 무엇을 찾고 있는지 모르는 채 여전히 길을 보지 못하고 날아가고 있는 자신의 현재 상황이 바뀔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시인에게 죽음은 완전한 끝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