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진

오늘처럼 해질 듯 젖은 날들도 방긋 몸을 풀고

그 아슴한 봄날과 여름 냇가

조계산이 이고 있던 흰 눈과 채석강의 노을까지

한 톨씩 한 줌씩 풀려 나와

세월의 아지랑이 흰 머리카락도 타고 올라

봄 햇살로 뛰놀리라

그 밤에는 꼬박 당신을 만나리라

봄비가 사흘째입니다

그만 오후에는 햇살이 들어주어야겠습니다

시인은 시간의 흐름을 슬퍼하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 흰 머리카락이 생기더라도, 그 위에 피어나는 봄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당신에 대한 영원한 그리움은, 시간이 흘러 청춘이 소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원한 기대로 전화된다. 또한 그 ‘그리움-기대’는 봄을 이곳에 미리 당겨와 지금 시간을 봄 햇살 뛰노는 신생의 시간으로 전환시킨다. 그렇기에 시인은 당신과의 만남을 영원히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