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영

상어와의 결투에서 이기고 상어의 이빨을 훈장처럼 내 잇몸에 끼운다 나를 게걸스레 물어뜯는 상어들, 나는 어디 갔어? 엽총을 어디에 두었더라?

빈 바다에 바람이 바뀌고 나는 다시 배를 띄운다 아직도 작살을 손에 쥔 채 하루 종일 꿈을 좇고 있다 작살에 찍혀 언뜻언뜻 허연 아랫배를 드러내는 낯선 나와 사투를 벌이는 핏빛 시!

시 쓰기는 바다 한 가운데 노인-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의 그 노인-이 상어와 싸우는 것과 닮았다. 시인은 상어와의 싸움에서 이겨서 “상어의 이빨을 훈장처럼 내 잇몸에 끼운” 시를 산출하지만, 곧 다른 상어에 의해 물어 뜯기고는 사라져버려야 한다. 그런데 격투 대상인 그 상어는 또 다른 “낯선 나”임이 마지막 구절에서 드러난다. 시인이란 그 “낯선 나”와 피비린내 나는 사투를 벌이는 사람인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