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주어진 이준석의 연습문제를 둘러싸고 화제 만발이다.

이준석 대표는 5일 SNS를 통해 “선거에서 젊은 세대의 지지를 다시 움 틔워 볼 수 있는 것들을, 상식적인 선에서 소위 ‘연습 문제’라고 표현한 제안을 (윤석열 후보 측에) 했고, 그 제안은 방금 거부됐다”면서 “3월 9일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기원하며 무운을 빈다”는 말로 사실상 선거운동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가 윤석열 후보에게 제시한 제안은 △지하철역 출근 인사하기 △젠더·게임 특별위원회 구성 △플랫폼 노동 체험 등 세 가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일까. 이 대표의 연습문제를 거부했다던 윤 후보가 6일 아침 서울 여의도역 앞에서 출근길 시민들을 향해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인사를 건넸다. 윤 후보는 ‘출근길 인사가 이 대표의 제안 때문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은 채 웃기만 했다. 연습문제 가운데 하나를 풀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권영세 선대본부장 역시 윤 후보의 ‘전격적 결정’이라며, “이준석 대표가 내놓은 ‘숙제’라는 부분에 대해 본인이 고심 끝에 나가서 했다는 건 (갈등 봉합)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에 대해 “관심 없다”면서도 윤 후보를 찾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 극적 타결의지를 내비쳤다.

문제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었다. 원내수석부대표인 추경호 의원이 ‘이제는 참을 수 없다’며 대표 퇴진 결의안을 제안하면서 찬반토론이 벌어진 것이다.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당원은 법령 및 당헌·당규, 윤리강령을 위반하거나 당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해당 행위를 한 당 대표 및 선출직 최고위원을 대상으로 소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당원소환제’가 명시돼 있다. 당원소환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전체 책임당원 100분의 20 이상, 각 시·도당별 책임당원 100분의 10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하고, 실제 소환은 책임당원 3분의 1이상 투표에 참여해서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확정된다. 대통령선거를 60여일 앞둔 마당에 당 대표와 후보가 의견차이를 보인다고 당 대표를 소환하는 정치일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랬다가는 대선패배는 명약관화다. 결국 당 대표가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 한 법적으로 대표를 끌어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런데도 당 대표 사퇴론의 목소리는 높았고, 당은 분열되는 분위기였다.

윤 후보는 이날 청년보좌역 간담회에서 “이 대표와 함께 가야한다” “패배를 향해가고 있다”는 쓴소리를 메모까지 하며 경청했다. 신년초“저부터 바뀌겠다”고 약속한 윤 후보는 결국 대반전을 이끌어냈다. 이날 저녁 윤 후보는 이준석 대표의 의총발언 직후 의총장에 들어서서 “모든 게 다 후보인 제 탓이다. 이 대표와 여러분, 모두 함께 힘을 합쳐 대선을 승리로 이끌자”며 이 대표를 끌어안았다. 이 대표의 연습문제가 윤 후보의 문제해결 의지를 보여줬고, 윤 후보는 이를 지렛대로 극적 대타협을 이뤄냈다. 국민의힘이 원팀으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