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

기차보다 은밀한 창을 달고

기차보다 먼저 기적을 울리고

기차보다 먼저 흔들리고

기차보다 먼저 괴로워하고

기차보다 공격적인,

기차보다 다분히 혁명적인,

개나리꽃들이

간이역 철길 위에

급진적으로 피어 있다

시인은 막대한 힘과 속도를 보여주는 기차 옆에 피어 있는 평범한 개나리꽃의 존재가 ‘혁명적’이고 ‘급진적’이라 말한다. 근대가 낳은 기차보다 저 꽃이 하나의 생명으로서 이미 존재해 있었기 때문이리라. 즉 봄은 언제나 먼저 있었기에, 기차는 아무리 해도 개나리꽃이 펼쳐내는 생명의 선재성과 위대성을 따라갈 수 없다. 이에 따르면 혁명이란 무엇보다도 항상 앞에 있었던 생명력을 회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