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수

윗저고리 벗어 던져놓고

우물가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 박씨 할머니

달빛 흐르는 등가죽이 투명하다

속에 것 다 빠져나간 듯 뱃가죽이 등에 붙었다

배꼽이 분화구처럼 깊다

소슬바람조차 걸려들지 않는 거미줄

달빛이 슬쩍 건들기만 해도

금방 허물어질 것 같다

처마 밑 알전구가 뿜어내는 거미줄에

바람이 걸린다

응시는 어떤 기존의 틀로 대상을 규정지어 보는 것이 아니라 대상이 스스로 자신의 이미지를 드러낼 때까지 지긋이 바라보는 것이다. 위의 시에서 시인은 “목욕을 하고 있는 박씨 할머니”의 몸을 응시한다. 그 몸은 “달빛 흐르는” 투명한 등가죽, “분화구처럼 깊”은 배꼽, “등에 붙”은 뱃가죽 등의 이미지로 드러나면서, 그 말라빠진 사지와 몸통은 “금방 허물어질 것 같”은 거미줄의 이미지로 전환되고 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