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8일 Korea H2 Business Summit 참석자들이 창립총회 후 수소모빌리티쇼+ 포스코부스를 방문했다. (왼쪽부터 GS칼텍스 허세홍 사장, 효성그룹 조현상 부회장,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 포스코그룹 최정우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 일진홀딩스 허정석 부회장, 현대중공업 정기선 부사장, 코오롱인더스트리 이규호 전무) /포스코 제공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9월 8일 개막한 2021 수소모빌리티+쇼에서 대한민국 탄소중립을 선도하는 수소 대표 기업으로서의 완성도 있는 수소사업 비전을 선보였다. 포스코그룹은 수소의 생산부터 저장-유통-활용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반에서 그룹사의 역량을 결집해 2050년까지 연간 수소 생산 500만t, 매출 3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수소모빌리티+쇼에서 수소환원제철 등 구체적인 사업 전략과 추진 현황을 총망라해 공개했다. 더불어 포스코그룹 최정우 회장은 같은 날 킨텍스에서 개최된 ‘Korea H2 Business Summit’ 창립총회에 공동의장사 대표로 참석해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간기업 간의 긴밀한 협력을 제안하며, 포스코그룹이 대한민국 탄소중립을 위한 선도적 역할을 이어나갈 것임을 밝혔다. 이어 10월 6일부터 8일까지 포스코는 탄소중립이라는 전세계 철강사들의 공동 목표를 위해 세계 최초로 수소환원제철 국제포럼(HyIS: Hydrogen Iron & Steel making Forum 2021)을 개최하기도 했다. 포스코그룹 최정우 회장은 개회사에서 “철강공정의 탄소중립은 개별 국가나 기업이 단독으로 수행하기에는 버거운 과제이지만 여러 전문가들의 경쟁과 협력, 그리고 교류가 어우러져 지식과 개발경험을 공유한다면, 모두가 꿈꾸는 철강의 탄소중립 시대가 예상보다 빠르게 도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포스코는 이번 포럼을 통해 수소환원제철기술의 개방형 개발 플랫폼 제안 등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다양한 어젠다를 제시함으로써 글로벌 그린철강 시대를 주도하겠다”고 덧붙였다.
 

2050년까지 수소매출 30조 달성 목표
세계 첫 ‘수소환원제철 국제포럼’ 개최
석탄 대신 수소 활용 온실가스 ‘제로화’
세계전문가 협력 지식·경험 공유 확대
변혁 통한 ‘글로벌 그린철강시대’ 주도

□ 미래 철강은 수소환원제철로

국내를 넘어 세계 철강을 선도하는 포스코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내세운 것은 수소환원제철. 그렇다면 수소환원제철이란 무엇일까.

다소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수소환원제철’이라 불리는 이 기술은 철광석으로부터 철을 생산할 때, 석탄 대신 수소를 활용하는 혁신적 기술이다. 화석연료인 석탄을 사용하지 않으니, 이산화탄소(CO2) 발생도 제로에 가까운 셈. 지난해 골드만삭스는 2050년이 되면 수소환원제철을 포함한 산업용 수소가 전 세계 수소 수요의 18%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발전용 수소의 예상 수요가 42%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비중이 생각보다 높은 편. 물론, 수소환원제철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관련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과 실증, 산업용 수소 단가 현실화, 수소 공급망 구축 등 선행돼야 할 과제가 많다.

일단 수소환원제철은 어떤 원리일까? 바로 이름에 답이 있는데, 수소제철이 아니라 수소‘환원’제철이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즉, 수소(H2)가 철광석(Fe2O3)에서 산소를 분리시키는 환원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Fe2O3 + 3H2 → 2Fe + 3H2O) 이 과정을 통해 물(H2O)과 함께 철(Fe)이 생성되는데, 이를 환원철, 전문적인 용어로는 DRI(Direct Reduced Iron)라고 한다.

그럼 지금은 무엇을 환원제로 쓰고 있을까? 바로 ‘석탄’에서 발생하는 가스, 즉 일산화탄소다. ‘고로’라고 불리는 큰 용광로에 철광석과 석탄을 넣어 1천500°C 이상의 고온에서 녹이면, 일산화탄소(CO)가 발생해 철광석(Fe2O3)에서 산소를 분리시키는 환원반응(Fe2O3 + 3CO → 2Fe + 3CO2)이 일어나는데, 이때 CO2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환원제로 석탄 대신 수소를 쓴다는 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간단한 변화처럼 보이지만, 사실 매우 커다란 변혁의 시작이다. 더는 제철소에서 온실가스인 CO2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우리가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해 온 철강생산공정의 많은 부분에 큰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수소환원제철 구현에 가장 근접한 핵심 기술인 유동환원로를 이용해 쇳물을 생산하는 파이넥스 3공장.  /포스코 제공
수소환원제철 구현에 가장 근접한 핵심 기술인 유동환원로를 이용해 쇳물을 생산하는 파이넥스 3공장.  /포스코 제공

□ 수소환원제철 도입으로 용광로 사라진다.

그렇다면 오는 2050년, 수소환원제철 기술 도입된 제철소는 어떤 모습일까? 첫 번째 변화는 제철소에 고로(용광로)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고로에서 석탄과 철광석을 한 데 녹이는 공정이 없어지기 때문에, 고로와 함께 부속설비(소결공장, 코크스공장)가 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이를 대체해 수소와 철광석의 환원반응은 ‘유동환원로’라는 설비를 통해서 이뤄지게 된다. 철광석을 환원해 환원철(DRI)을 만드는 설비인 유동환원로는 사실 이미 포스코에 존재하는데, 바로 포스코 고유 기술인 파이넥스(FINEX, Fine Iron ore Reduction) 공정에서 찾을 수 있다. 파이넥스는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석탄을 고로에 넣지 않고, 유동환원로와 용융로라는 설비를 통해 쇳물을 생산한다. 이는 수소환원제철 구현에 가장 근접한 핵심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다만 수소환원제철과의 차이점이라면 파이넥스는 공정 중에 발생하는 수소 25%와 일산화탄소 75%를 환원제로 사용하는 반면, 수소환원제철(HyREX, Hydrogen Reduction)은 수소를 100%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참고로 사라지는 설비는 고로만이 아니다. 기존에 고로에서 생산된 쇳물(용선)은 ‘전로’라는 설비를 통해 정제된 쇳물(용강)로 변환된다. 그런데, 수소환원제철은 유동환원로에서 생산된 환원철(DRI)을 ‘전로’가 아닌 ‘전기로’에 넣어 녹이고 불순물을 정제하기 때문에, 전로도 사라지게 된다. 즉, 수소환원제철은 기존의 고로와 전로 자리에 수소유동환원로와 전기로가 들어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력’의 활용도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수소환원제철공정이 기존 고로 조업이나 파이넥스와 다른 또 하나의 차이점은 외부로부터 대규모의 전력을 끌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고로는 쇳물 제조뿐만 아니라, 후공정에 필요한 열원과 전력 생산을 위한 부생가스를 공급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고로조업 시 부생가스가 발생하는 이유는 탄소가 100% 환원에 이용되지 않기 때문인데, 실제 포스코의 경우 부생가스 발전을 통해 제철소 필요 전력의 60% 이상을 자체 조달하고 있다. 그러나 수소환원제철은 수소가 100% 환원에 쓰이기 때문에 부생가스가 발생하지 않는데, 이는 곧 제철소의 모든 전력이 필수적으로 외부에서 공급돼야 한다는 뜻이다.

□ 수소환원제철과 신재생 에너지, 그리고 탄소중립으로의 발걸음

그렇다면, 고로가 사라진 2050년 수소환원제철소에 쓰이는 전기는 과연 어디에서 오는 걸까? 제철소의 두 번째 변화는 바로 높아지는 신재생 에너지 의존도다. 수소환원제철의 기본 개념은 ‘그린 수소’를 전제하고 있다. 이 말인 즉, 유동환원로에 투입되는 수소도, 설비를 구동하는 전기의 생산도, 모두 탄소배출이 없어야 한다는 것. 하지만 그린 수소를 생산하는 데에는 태양광, 풍력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때문에, 그린 수소를 자체 생산할 수 없는 국가는 앞으로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일조량, 풍속 등의 이유로 지정학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 2019년 기준 한국의 태양광 발전단가는 kWh당 163원으로, 이는 중동보다 10배 비싼 수준인데, 그린 수소의 대량 생산지가 호주나 중동 등으로 전망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해 3월 글로벌 리서치 회사 블룸버그NEF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50년 그린수소의 글로벌 수요·공급 전망이 지역별로 극명하게 나뉘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호주와 중동 지역에의 의존도가 커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향후 이들 지역과의 그린수소 생산 프로젝트 참여 및 파트너사 발굴의 중요성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포스코는 현재 철강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Cokes Oven Gas)와 천연가스(LNG)를 이용한 연간 7천t의 수소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약 3천500t의 부생 수소를 추출해 철강생산에 사용하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포스코는 부생수소 생산 능력을 연간 7만t으로 늘리고, 2030년까지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분리·포집해 땅속에 저장하는 블루수소를 연간 50만t까지 생산할 계획이며, 나아가 2050년까지 청정수소인 그린수소 500만t 생산체제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포스코는 단기적으로 CO2 발생 저감기술을 개발하고 저탄소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수소환원제철을 실현해 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에는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므로, 포스코는 국내외 철강사들과 함께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공동 연구개발 추진을 모색하고 있으며, 지난해 10월 최정우 회장은 WSD(World Steel Dynamics) 온라인 컨퍼런스 기조연설을 통해 ‘그린 스틸 이니셔티브’ 추진과 저탄소 혁신 기술 및 정보 교류 강화 등 글로벌 철강업계의 공동 대응을 제안한 바 있다.쥘 베른의 공상과학소설에서 걸어 나와 어느새 우리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수소 사회. 그 중심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철강기술력을 바탕으로, 탄소배출 없는 제철소를 향한 도전과 혁신을 멈추지 않는 포스코가 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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