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내는 연말, 지난 날을 돌아보게 된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더 멀리 내 삶의 궤적들을 관조해본다.

신문기자로서 첫 출발하던 순간의 패기만만한 자신감이 어제처럼 느껴진다. 기자로서 보람있었던 순간들, 한계를 느꼈던 순간들이 새록새록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누군들 자신의 삶에 소회가 없으랴. 그렇게 문득 되돌아본 내 일상의 삶이 너무나 소중하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아침에 눈 뜨는 일부터 기적이다. 그 깨달음이 일상이 되어가는 순간 삶은 내게 다시 경이로운 기적임을 알려온다. 억겁의 진화 끝에 이 세상에 태어난 자신의 존재를 처음 발견한 순간은 또 어떤가. 기적은 우리 모두의 삶에 이미 스며들어 있었다. 다른 사람의 감정변화에 그리 예민하지 못한 성정탓에 미처 알지 못한 이치 역시 적지 않았다. 결혼 후 기적의 선물로 다가온 아이들의 요란한 웃음소리, 울음소리 하나하나가 알고보면 기적적인 삶의 증표인 것을 깨달은 순간은 기뻤다.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게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다르리라”고 했다. 조선 정조 때의 문장가 유한준이 남긴 명언을 토대로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뜻으로 말한 구절이다. 사물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낄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을 수 있었던 소중한 체험이었다. 그 기적들 위에 서있는 우리네 삶을 이리 무심하게 흘려 보내도 되는 것일까. 매 순간 나아가는 걸음마다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자신의 삶이 얼마나 놀라운 기적의 산물인지 더 많은 사람이 알고, 깨닫게 된다면 우리 삶은 좀더 살만해지고, 따뜻해지지 않을까.

대통령 선거를 두달여 앞둔 요즘, 뉴스는 온통 여야 두 후보에 대한 소식을 전하기에 여념없다. 검정고시와 비명문대 출신으로 사법시험을 거쳐 변호사와 사회운동가로 활동하다 정계에 입문,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역임한 후 여당 대선 후보가 된 이재명 후보나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사법시험을 9수만에 통과해 우여곡절끝에 검찰총장이 됐지만 자신을 임명한 문재인 정부와 맞서 싸우다가 ‘공정과 정의’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제1야당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된 윤석열 후보는 어딘가 닮아있다. 모름지기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라면 어느 누가 소명없이 살아왔겠는가. 일반인들에 견줘 영웅적으로 보이는 그들의 고된 행적이 네거티브와 흑색선전으로 뒤덮여 얼룩지는 모습은 안타깝다.

그러나 어쩌랴. 자신의 삶은 오롯이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법. 국민들은 하루빨리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고발사주 의혹 특검이 동시에 이뤄져 후보들의 잘잘못이 명명백백 가려지고, 희망찬 새나라로 이끌어갈 대통령을 뽑기를 기대한다.

더구나 오늘은 국정농단 의혹에 휩싸여 탄핵됐던 TK출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으로 석방된 날, 국민통합의 국민적 여망을 정치권이 조금이나마 채워줄 수 있는 새해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