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미국 서북부에 캐나다 밴쿠버와 맞닿은 시애틀이란 도시가 있다. 도시 인구는 포항보다 약간 많고 메트로로 크게 확대하면 경북 인구 정도가 된다.

어찌 보면 포항과 경북의 관계와 비슷하다. 1800년대 중반 목재집산지에 불과하였으나 타코마와의 사이에 철도가 개통되고, 1900년대 중반 비행기 제조업체 보잉이 들어서면서 이 지역은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그러나 보잉으로 단순화된 산업구조는 다양화된 경제구조에 대응하지 못하고 고전하였다.

그리고 1970년대 획기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 소프트가 둥지를 틀면서 스타벅스 아마존 등 기업이 다양화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세계적인 기업들이 모여 있는 지식의 보고로 알려진 도시가 되었고, 워싱턴 주립대학이 지식을 공급하는 중심축으로 자리잡았다.

이와 대조적인 도시가 미국 동부에 있다. 뉴헤이븐은 미국 동부 롱아일랜드해협의 북쪽 해안에 자리한다. 인구는 10만 남짓하지만 메트로는 50만 정도로 역시 포항과 비슷하다.

아이비 리그이며 미국 정계를 이끄는 수많은 졸업생을 배출한 예일대학이 자리잡고 있는 대학도시이다.

과거 뉴헤이븐의 주요산업은 화기제조였고 서부를 주름잡던 윈체스터 연발권총이 이곳에서 만들어졌으며, 윈체스터 권총박물관이 있다.

그러나 아름다운 대학도시로서 명성이 압도하면서 산업도시로서의 명목은 크게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포항시가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역점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의료산업의 혁신 도약을 위해 연구중심 의과대학이 꼭 필요하고, 포스텍에 연구중심 의대 설립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포항의 미래 신성장 동력인 바이오·의료 산업 육성이 중요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포스코를 필두로 철강 산업으로 성장한 포항은 이제 항공제조업을 넘어서 산업다각화와 IT 선두로 올라선 시애틀 모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80년대 박사학위를 받았던 일리노이 어바나 샴페인에 있는 일리노이 주립대(UIUC)는 2015년 새로운 의대를 설립했다.

공학 분야 최정상의 UIUC는 칼 재단(Carle Foundation)과 손잡고 세계 최초 공학 기반 의대를 설립했다.

정체 상태에 이른 의료기술에 도전하는 한편,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과 질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의료비용을 절감하는 새로운 길을 찾는 의학 혁신가(Physician-innovator)를 양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대학이 선택한 것은 공학과 의학의 융합이다.

이들은 의학자와 과학자, 공학자가 함께 공학과 의학을 융합한 커리큘럼을 개발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만성신장질환 진단키트, 코로나19 신속진단 시스템 등 다양한 시제품이 공학-의학의 융합에 의해 개발되었다.

포항은 포스코의 경영다각화와 함께 이러한 공학형 의대 설립으로 바이오 쪽으로 포항이 발전해 나가야 한다.

그건 포항이 뉴헤이븐이 아닌 시애틀로 가는 길이다.

포항은 한국의 시애틀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