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 못다 한 이야기’
박형남 지음·휴머니스트 펴냄
인문·1만6천원

‘판사에게는 당연하지만 시민에게는 낯선 법의 진심.’

30여 년 동안 법복을 입고 재판을 해온 박형남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법정에서 못다 한 이야기’(휴머니스트)라는 제목의 재판 관련서를 펴내 화제다.

지난 2017년 세상에 드러난 사법농단 사태와 ‘화천대유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 문제 등 최근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부정여론이 높은 가운데 발간된, 일반인을 위한 현직 부장판사의 책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전북 전주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해 1988년 서울형사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한 이래 각급 법원에서 다양한 재판 업무를 두루 담당해 온 박 부장판사는 이 책에서 일반인은 잘 알지 못하는 판사들의 사고방식과 법정 이야기를 친절하게 소개한다.

저자는 ‘판사는 왜 시민과 다르게 생각하는가’라는 머리말에서 “몇 년 전 ‘사법 농단’과 직접 관여되지는 않았으나 오랫동안 재판만 한 사람으로서 무엇이 잘못되었고 어디서부터 풀어야 하는지 찬찬히 생각하고 또 고민했다. 이 책은 이런 생각과 고민의 결과이다. 법률 개념과 법리에 대한 전문적 설명은 필요한 경우만 적고 실제 재판 사례나 역사적 사실을 많이 알리려고 노력했다”고 적었다.

책은 30여 년의 시간 동안 한 사람의 재판관이 인문학적 성찰과 사회과학적 분석을 통해 법의 마음과 눈물을 하나씩 살핀 성장 기록이기도 하다.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을 두루 거치며 바라본 재판의 풍경, 재판 과정에서 울고 웃는 사람들의 얼굴, 법률가로서 읽고 쓰고 생각해온 법의 인문학, 특별해 보이지만 지극히 평범한 판사의 일상까지, 보통의 시민들이 알고 싶어 하는 법정의 뒷모습을 차분하고 성실하게 풀어준다. 책 마지막에는 박형남 판사와 법철학자 김현섭 교수의 대담 ‘시인의 마음으로 공감하는 판사가 좋은 재판을 한다’를 실었다.

억울한 사람의 눈물에 공감하며 보다 엄정하면서도 인간적인 재판을 기대하는 일반인에게 이 책은 판사의 냉철한 정신과 따뜻한 마음을, 더 나아가 법의 진심을 알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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