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의 난해성으로 인한
서정의 원형 이탈 안타까워
좀 더 쉽게 독자들에게 접근”

‘물고기와 시’ 표지.

“시는 파닥파닥 숨 쉬는 물고기

공연히 퇴고한다고

지느러미 자르지 마라

바다로 갈 수 없는

물고기는 죽은 시다

악마의 뿔처럼 교활하지 않아도

시와 물고기는

바다를 먹고 사는 동업자이다”(진용숙 시 ‘물고기와 詩’전문)

경북 문단의 중진 진용숙 시인이 최근 두 번째 시집 ‘물고기와 시’를 출간했다. 도서출판 책만드는집 간(刊).

지난해 펴낸 첫 작품집‘늦은 나들이’에 이은 두 번째 작품집이다. 작품집은 1부 ‘물고기와 시’, 2부 ‘모래시계’, 3부 ‘첫눈’, 4부 ‘욕망에 대하여’, 5부 ‘생명의 서’로 나뉘어 75편의 시가 실려 있다. 작품집의 전체 주제는 이웃과 함께하는 자연물과의 상관관계.

작품들은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는 실존적 삶의 애증과 함께하는 사랑과 고통, 나아가 죽음에 이르기까지를 그냥 묵과하지 않고 성찰이란 정제된 통과의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향토성과 서정성을 저변에 깔고 있으면서도 인생의 관조가 느껴진다. 비교적 짧은 행으로 이뤄진 시들은 새로운 인간성 회복 구현을 염두에 두고 있다.

“어디로 가느냐고 꼭 묻지는 마라

지금은 바람도 가끔 길을 잃는다

가을이 꼭 슬픈 것만도 아니잖아

어느 날 길 잃은 바람이

우리 가슴에 새 씨앗을 뿌려줄지

잘 사느냐 어떠냐고도 묻지 마라

꿈 없는 사람 어디에도 없다

새들이 저녁 해지는 곳으로

길을 내는 것도 슬퍼하지 마라

진용숙 시인
진용숙 시인

거긴 따뜻한 둥지가 기다리나니”(진용숙 시 ‘묻지 마라 적멸은 없다’ 전문)

진 시인은 이번 시집의 출간 의도에 대해 “항간에 발표되는 자유시가 그 난해성으로 인해 서정의 원형을 이탈하고 있음이 안타까워 좀 더 쉽고 정제된 표현으로 독자에게 접근할 수 없을까를 고민했다”고 말한다.

경주 출신으로 포항에 살고 있는 진용숙 시인은 1993년 문학세계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해 (사)한국문인협회 경북지회장, 경북여성문화예술인연합회장, 포항여성예술인연합회장 등을 역임했다. 경상북도 문학상, 경주문협상, 호미문화예술상(문학), 포항시양성평등상, 선덕여왕 대상을 수상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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