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적 방법의 규칙들’

에밀 뒤르켐 지음·이른비 펴냄
인문·2만2천원

오늘날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데이터와 통계에 기반한 과학적 접근은 보편화된 연구방식이다. 120여 년 전, 프랑스의 거장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1858~1917)은 일찍이 경험과학으로서의 사회학을 주장하며 그 일단의 방법론을 선구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지금 시대에도 깊은 통찰을 던져주고 있다. 흔히 뒤르켐은 마르크스, 베버와 함께 근대 사회학의 기초를 놓은 3대 학자로 꼽히는데, 그가 두 사람과 비교할 때 사회학자로서의 정체성이 가장 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에밀 뒤르켐의 4대 주저 가운데 하나로, 바로 그의 사상이 집약된 개념인 ‘사회적 사실’(fait social)을 정의하고 논의한 책 ‘사회학적 방법의 규칙들’(이른비)이 최근 번역 출간됐다.

특히 이번 책은 영역이나 중역본이 아닌 프랑스어 원전을 처음으로 한국말로 옮긴 의미가 남다른 출판물이다.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규칙, 사회적 사실을 사물처럼 여기라”(79쪽). 뒤르켐은 이 선언적 명제로 대담하고 선명하고 논쟁적인 사회학 방법론을 제시했으며, 나머지 주저에도 이를 적용해 연구 틀로 삼았다. 즉, 분업이라는 사회적 사실을 연구한 것이 ‘사회분업론’이고, 자살이라는 사회적 사실을 연구한 것이 ‘자살론’이며, 종교라는 사회적 사실을 연구한 것이 ‘종교생활의 원초적 형태’다. 그만큼 ‘사회학적 방법의 규칙들’은 뒤르켐 사상을 이해하는 데 바탕이 되는 매우 중요한 이론적 저작이다.

뒤르켐 당시까지 사회학자들이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방식은 목적론적이고 심리학적 설명이었다. 사회학의 선배 격인 콩트는 진보라는 목적이 사회현상을 이끌어왔다고 했고, 스펜서는 사회의 형성이 개인의 본성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나간다고 했다. 이러한 방식의 설명은 진보 또는 인간 본성의 실현과 같은,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형이상학적 명제 위에 서 있다는 것이다. 사회학적 현상의 본질적인 특성은 외부에서 개인의식에 압력을 행사하는 그 힘(즉 사회적 사실)이다.

사회학적 현상은 개인들의 의식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사회학은 심리학의 파생 명제가 아니다. 인간 개개인이 배제돼도 사회는 남는다. 그러므로 사회 자체의 본질 안에서 사회생활에 대한 설명을 찾아야 한다.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가 인간 개개인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체는 부분들의 총합과 다르다. 전체의 속성은 전체를 이루는 부분들의 속성과는 다르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이 결합이다. 개인이 결합돼 사회를 이룬다. 개인들의 결합 속에 사회의 고유한 특성이 들어 있다.

뒤르켐은 일찍이 사회학의 고유방법론을 확립하는 데 기여했고, 이를 바탕으로 분업, 자살, 가족, 국가, 사회정의 등 당시 서구사회가 직면한 사회적 문제의 본질을 밝히는데 주력했다. 뒤르켐은 당대에 오귀스트 콩트, 막스 베버와 더불어 세계적인 사회학자의 반열에 올랐으며 그의 사회학 방법론에 따른 뒤르켐 학파의 선구자가 됐다.

뒤르켐은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규칙”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서 사회현상을 사물처럼, 즉 자연현상처럼 여기고 관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상생활이 무엇인가를 말하기보다는 인간 행위의 통계치를 연구하고, 유행에 대해 모호한 논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의상을 분석하는 것과 같이 사회 현상을 사물처럼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선입견을 철저히 버려야 하고, 사물들을 정확히 정의해야 한다고 뒤르켐은 주장한다. 아울러, 관찰하는 인간의 감각이 늘 주관성에 빠지는 일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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