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40여 년 전인 1978년 애플이란 회사는 애플2라는 인류 최초의 개인형 컴퓨터 PC를 만든다.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의 작품이다.

그전까지 컴퓨터는 대형컴퓨터로 주로 데이터 관리에 사용되었고 경영 하부층에서만 상부 보고용으로 주로 사용됐다. 그러나 PC가 출현한 이후 의사결정에 컴퓨터가 활용되기 시작했고 경영 상부층에서도 그들의 데스크에 놓고 컴퓨터를 쓸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의사결정 시스템(DSS)이 출현한 것은 PC의 출현에 의해 가능했다.

1981년 마이크로 소프트의 운용체제를 장착한 IBM PC에 밀려나긴 했어도 애플의 컴퓨터업계의 공헌은 엄청난 것이었다. 사실 IBM은 애플의 운용체제 개발장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를 받지 않아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에게 전화를 걸어 MS-DOS라는 마이크로 소프트의 운용체제가 장착 되게 되었다는 일화도 있다.

그런 애플이 포항에 둥지를 튼다.

최근 애플·경북도·포항시·포스텍은 ‘애플 제조업 R&D지원센터’ 및 ‘개발자 아카데미’ 설립·운영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애플은 포스텍 캠퍼스 내 국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스마트 공정과 친환경 제조기술을 지원하는 ‘제조업 R&D 지원센터’와 ‘개발자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수백억을 투자해 포스텍과 함께 운영한다고 한다.

R&D 지원센터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제조업에 특화해 운영할 예정이며 SW 핵심인력들을 양성하는 개발자 아카데미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설립된다고 한다.

센터는 중소기업의 스마트 제조업 역량 강화를 위해 스마트 공정과 관련된 최신장비를 구축하고 애플의 전문인력이 상주하면서 지원대상에 선정된 전국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교육과 컨설팅 등을 진행하게 되고. 아카데미는 재능있는 개발자, 기업가, 디자이너를 육성하는 교육을 진행한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의 스탠퍼드 대학과 실리콘 밸리는 그 발전에 있어서 궤를 같이한다. 스탠퍼드가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여 실리콘 밸리를 만들었고 역으로 실리콘 밸리는 스탠퍼드를 지원하고 있다.

애플의 포항 입성은 포항이 ‘한국판 실리콘 밸리’가 되는 서막일 수 있다.

포스텍은 기업가 정신에 기초해 애플과 협력으로 과거 스탠퍼드가 시작하여 실리콘 밸리의 초석이 된 휴렛팩커드 같은 제2의 애플을 여기 포항에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몇 년간 각종 세계 랭킹에서 포스텍이 고전하고 있다. 포스텍은 순위 하락에도 그 입지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장담할지 모르지만 세계의 대학들은 순위에 의해 상대 대학을 판단한다. 특히 아시아 지역의 대학들은 구미대학들이 랭킹에 의지하여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애플의 포항 입성과 포스텍과의 연계가 포스텍의 세계적 위상을 높이는데 공헌 하길 기대해 본다.

포스텍은 2010년 타임즈(THE TIMES)에 의해 세계 28위를 기록해 한국의 대학이 기록한 세계 최고 랭킹의 기록을 아직도 갖고 있다. 애플의 포항 입성이 포항, 포스텍의 위상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