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성공’

윤홍식 지음·한겨레출판 펴냄
인문·2만원

복지와 정치·경제를 통합적으로 연구하며 실천적 대안을 모색해온 한국의 대표적 사회복지학자 윤홍식 인하대 교수가 ‘선진국 한국의 다음 과제를 짚는’ 신간 ‘이상한 성공’(한겨레출판)을 출간했다.

‘한국은 왜 불평등한 복지국가가 되었을까?’라는 대(大)질문에서 시작하는 이 책은 ‘왜 우리는 성공했으나(부유한 선진국이 되었으나) 불행한가?’ ‘왜 한국의 청년들은 기후위기와 세계평화를 고민할 여유조차 허락받지 못하는가?’ ‘어쩌다 한국의 복지제도는 정규직만을 위한 복지제도가 되었나?’ 등 착잡한 현실을 꼬집는 중대한 질문들을 이어가며 명쾌하게 답한다.

윤홍식 교수는 일제강점기부터 지난 100여 년의 시간을 돌아보며 “우리의 성공이 오히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 덫이 됐다. 지금의 불행은 역설적이게도 실패의 결과가 아니라 성공의 결과다”고 단언한다.

책은 한국이 GDP 9위의 선진국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왜 10명 중 6명은 ‘울분에 가득 찬’ 극도로 불안한 나라가 됐는지, 복지지출을 매년 늘리는데도 왜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수년째 벗지 못하는지 등을 경제, 정치, 역사, 사회복지 측면에서 탄탄하게 분석한다.

1장 ‘성공의 덫’에서는 한국의 청년들과 다른 신자유주의 국가 청년들의 모습을 비교하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정치, 사회, 경제적 현안들을 지적한다. ‘86세대가 불평등의 원흉인가?’라는 팽배한 세대 담론부터 ‘청년의 절반 이상이 계층상승에 대한 기대감조차 갖지 못하게 된 배경’ 등을 부의 세습, 능력주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2장 ‘성공, 그 놀라움’에서는 한국이 얼마나 대단한 성취를 이뤘는지를 사회 전방위적 측면에서 다룬다. 해방 후 성장의 역사와 지금의 ‘불평등한 기회, 불공정한 과정, 부정의한 결과’를 대비해 보여주면서 우리를 성찰하게 하는 동시에, 마음만 먹으면 현재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3장 ‘성공의 이유’에서는 1960년대 농지개혁부터 국가가 주도한 산업화 과정, 국민의 인내와 대기업의 노력으로 경제성장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하게 톺아본다. 이 장에선 특별히 ‘한국의 성공 방식과 이면’을 10~20년 단위로 치밀하게 분석했다.

4장 ‘성공이 덫이 된 이유’에선 바로 이 성공 방식이 어떤 문제를 야기했는지 낱낱이 분석한다. ‘열심히 사는데, 왜 우리의 형편은 그대로인지’, ‘복지지출은 매년 증가하는데 왜 불평등은 날로 심해지는지’, ‘어쩌다 정규직만을 위한 복지제도가 되었는지’ 그 이유를 밝힌다. 마지막으로 5장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에선 한국 사회가 성공의 덫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가야만 하는 길을 모색한다. ‘소득 간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하려면 증세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국민이 행복한 선진국이 되려면 국가는 무얼 변화시켜야 하는지’ 등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윤홍식 교수는 “국민은 국가의 역할이 다시 경제를 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왔지만, 성장이 불평등과 빈곤을 완화하는 ‘그런 놀라운 기적’은 이미 1990년대부터 일어나지 않았다”고 밝힌다. 그리고 국가가 운영하는 사회보험보다 부동산, 민간금융상품이 더욱 신뢰받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공적 부조’에 대한 믿음을 심어줄 수 있는 방법과 통찰들을 조목조목 설파한다. 핵심은 ‘복지’에 대한 개념을 다시 세우는 것이다. 저자는 단순히 입고, 먹고, 몸을 누이는 생존에 직결된 복지만으론 불평등을 해소할 수 없음을 구체적 논증으로 피력한다. 그리고 양질의 일자리, 돌봄 노동 해소를 통한 노동시장 참여, 실패해도 괜찮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갖가지 실천적 방법들을 제시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마무리한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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