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27개 지점 채수 분석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결과 발표
낙동강국가산단 부근 농도 최대
정부에 녹조문제 해결하라 촉구
수돗물 정수성능 과신에 우려도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금강 등지에서 미국 레저 활동(물놀이) 금지 기준치보다 최고 245배 높은 독성물질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조사결과대로라면 미국에서는 독성때문에 ‘접촉금지(No Contact)’하는 수준보다 수백배 더 오염된 물로 수돗물을 만들고, 농사를 짓고, 물놀이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환경운동연합 등은 24일 ‘낙동강·금강 독성 마이크로시스틴 현황 분석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독성물질 마이크로시스틴이 낙동강과 금강에서 검출됐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0일까지 매주 2차례 강정고령보(상류)와 화원유원지, 국가산단 취수구, 합천 창녕보(상류), 창녕 함안보(상류), 본포 취수장 취수구 등 낙동강 27개 지점과 금강 5개 지점 등 총 32개 지점에서 채수한 뒤 분석했다. 남세균의 여러 독소 중 하나인 마이크로시스틴은 청산가리보다 100배 강한 독성을 지니고 있으며, 간질환·위장염·근 위축성 측삭경화증과 같은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석 결과 낙동강 25개 지점(재측정·측정 예정 제외) 중 14개 지점이 미국 레저 활동 마이크로시스틴(MCs) 기준치인 20ppb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낙동강 국가산단 취수구 부근에서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4천914.39ppb로 미국 기준의 245.7배로 가장 높았다. 창녕함안보 상류 4천226.41ppb, 본포취수장 앞 1천555.32ppb, 도동서원 앞 982.41ppb 순이었다.

금강에서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3개 지점 모두 기준치를 초과했다. 어부뱃터선착장이 2천362.43ppb, 웅포대교 수상 스키장 부근 1천562.10ppb, 용두양수장 앞 1천509.17ppb이 검출됐다.

여러 종류의 마이크로시스틴 독성을 한 번에 분석해 수치화한 토탈 마이크로시스틴(MCs)을 기준으로, 미국 오하이오주는 음용수 기준을 성인 MCs 1.6ppb, 미취학아동 MCs 0.3ppb로 정했다. 레저 활동의 경우 MCs 20ppb를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유병제 대구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대구대 교수)은 “수돗물 정수 시설 성능에 따라 대부분 독성물질을 걸러낼 수 있다고 하지만, 마이크로시스틴의 높은 수치는 상수원 안전에 대한 국민 우려를 크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이번 조사를 계기로 정부가 낙동강 녹조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환경부의 유해 남조류인 남세균 채수와 분석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조사를 위해 채수과정을 직접 진행한 곽상수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은 “환경부는 강 중앙의 위, 중간, 아래 물을 떠서 검사한 뒤 문제없다고 한다”면서 “실제 현장에 가보면 녹조덩어리가 취수장으로 들어가는 데도 문제가 없다고 하니 끔찍하다. 이래서는 안된다”고 질타했다. 그는 “채수지점 중 하나인 낙동강 이노정 앞에서 거주하며 농사를 짓고있는데, 조사결과를 받고 너무 놀랐다”면서 “이 물로 과연 농사를 짓고, 대구·부산시민들이 물을 먹어도 되나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도 “문재인 정부 들어 영산강 금강에 대한 대책이 나왔지만 식수·공업용수·생활용수로 쓰는 낙동강이 후순위로 밀려있다”면서 “낙동강은 강이 크고, 강폭이 넓어서 수문 개방 폭이 3분의 1밖에 안돼 나머지 정체수역이 일어나기 때문에 수문 개방만으로 녹조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하루빨리 보를 해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대구환경운동연합, MBC PD수첩 등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부경대 이승준 교수가 분석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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