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도 현

거 왜 있잖아, 앵두의 입술에 닿을 때, 앵두알을 깨물어서 입안에서 환하게 토도독 터져서는 물기 번질 때

하루 내내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때,

장차 내 인생이나 네 인생에 쉽사리 잘 오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때

앵두를 먹을 때

툇마루 끝에 앉아

앵두를 먹었지

앵두씨를 툿, 툿, 툿, 뱉어가며 먹었지

그런데 있잖아, 앵두씨에도 혀가 있다는 말 들어봤나?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고

혀끝으로 발라 우리가 마당에다 내뱉은 만큼

앵두씨가 자기를 밀어올리는 것 봤나?

지금 앵두의 혀가

날름날름 연초록 바람을 골라 먹고 있다니까!

작고 붉은 앵두 알갱이를 입에 넣고 그 달콤하고 새콤한 감미로움을 표현하며 시인은 감미로운 입맞춤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앵두같은 입술’이라는 말이 떠오르게 하는 이 시에서 시인은 우리네 일생이 아무리 힘들고 맛과 감동이 없는 생일지라도 앵두 한 움큼을 입안에서 녹혀낼 때의 감미로운 순간, 행복한 순간은 반드시 온다는 신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