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인 수

키 작은 놈들이라 깔보지 마라

하늘을 향한 끝도 없는 허영보다

흙이 좋아 흙바닥에 주저앉은 모습

그러나 겨울을 밀치고 맨 먼저 솟아나는 힘

그 힘으로 우리들은 일어서기로 했다

버려진 땅 척박한 땅 먼저 골라

‘접근하면 쏜다’ 팻말 붙은 철조망아래

가마귀떼 몰려드는 쓰레기장 주변에

애초부터 이름도 없는 잡풀들 흔들어 깨워

온몸 부둥킨 그 힘으로 피어나기로 했다

키 작은 놈들끼리 모여

흙이 좋아 흙바닥에 사는 놈들낄 모여

봄의 꽃밭을 만들기로 했다

엄동을 견딘 대지에 나지막하고 납작한 노란 꽃등을 켜는 민들레를 예찬하고 있다. 버려진 땅, 척박한 땅, 철조망 아래 금단의 땅에서도 민들레는 서로의 뿌리를 엉키며 꿋꿋이 잎을 내고 노랗게 꽃을 피워올리는 것이다. 가난과 궁핍의 대물림 아래서도 억척같이 생을 일으켜 세우며 생의 꽃을 피우는 이 땅 민초들의 강인한 생명력을 예찬하고 있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