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희 정

트림하는 물줄기 움켜잡은 손아귀들

목이 긴 장화가 끌고 가는 궤짝마다

첫 새벽 그물에 걸려 온

바다가 출렁인다

난타의 좌판 위엔 사투리가 퍼덕이고

비린 날숨 토해내는 쩍 벌린 아가미들

수조 밖 못다 한 흥정은

갈매기가 낚아챈다

셈법보다 인심이 덤으로 얹히는 곳

동여맨 생의 결 퍼렇게 들썩이고

한 트럭 파도가 쏟아낸

소금기가 눈부시다

출렁이는 생의 물결을 바라보는 시인을 본다. 어판장의 새벽은 그야말로 삶의 활력이 넘쳐흐르는 역동의 시간이다. 잡혀온 고기들의 몸부림을 동여맨 생의 결을 퍼렇게 들썩인다고 표현한 시인의 깊은 눈과, 덤으로 나누며 소통하는 따스하고 다감한 손과 마음들을 엿보는 넉넉한 시인의 가슴을, 해를 밀어 올리며 따라온 새벽 바다 푸른 물결을 직시하는 시인의 따스하고 밝은 시선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