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는 도시’

신경진 지음·마음서재 펴냄
장편소설·1만4천원

결혼을 기피하는 세태를 문학적으로 고찰한 ‘결혼하지 않는 도시’(마음서재)가 출간됐다.

2007년 ‘슬롯’으로 제3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신경진의 네 번째 장편소설인 이 책은 로맨스 드라마이지만 단순 연애소설이 아닌 사회성에 방점을 두고 있는 미래지향형 소설에 가깝다. 스토리가 인물들의 러브라인을 좇아가는 것이 아니라 결혼이 갖는 시대상과 변화의 추이를 끊임없이 관찰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시간대를 살아가는 세 커플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결혼제도의 맹점을 들여다본다. 밖에서 볼 때는 단란한 가정이지만 공허함과 결핍을 느끼는 쇼윈도 부부, 사각 관계라는 위험한 실험을 시도하는 남녀, 새롭고 특별한 방식의 결합을 추구하는 커플이 등장한다. 선택적 결합으로 푸른 눈의 아이를 낳아 기르는 큐레이터. 이성과 감성을 두루 갖춘 중국계 2세 출신의 성적소수자, 폴리아모리(비독점적 자유연애)를 꿈꾸는 대학원생, 서로 다른 인종과 나이 차를 극복한 커플. 저마다 편견에 시달리고 있지만 행복을 찾는 지점은 동일하다. 바로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 어쩌면 그들은 법적인 효력보다 서로의 삶을 온전히 공유하는 순간에 만족하는 연인들인지도 모른다. 남녀 간 사랑과 결혼에는 정답이 없지만 두 사람의 만남이 반드시 결혼으로 귀착해야 하는지를 작가는 넌지시 묻는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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