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선 굉
반 조금 넘게 물을 채운 투명한 컵에
한 송이 장미가 꽂혀 있다
그 장밋빛 꽃잎은 넉장의 크고 작은 잎과
아홉 개의 독오른 가시를 거느리고
오디오 세트 위에서 혼자서 붉다
저의 목이 길고 가늘다
어떤 구도 속에 놓일 때
장미는 뿌리가 없어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느낀다
내 눈이 그리로 가서 머문다
나는 뜯어본다
어느 부분이 가장 아름다운가
컵인가, 줄기인가, 가시인가,
짙은 녹색의 잎인가
겹겹이 싸인 붉은 꽃잎인가
그 판단은 늘 시간이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붉은 빛이 엷게 도는
벽지의 연속무늬가 따뜻하게 뻗어나가는 배경으로
장미는 홀로 허리의 상처를 견디고 있다
시인은 실내의 어떤 구도 몇을 보여주고 있다. 장미가 있는 장면 몇과 함께 놓인 사물과 거기에 가 닿은 시선 혹은 관심을 회화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시각적 이미지와 청각적 이미지가 겹쳐지며 몇 컷의 그림이 생성되는데 거기서 시인은 정물로 남겨놓지 않고 미적 관심과 어울려 장미가 곱게 피어있는 아름다운 실내의 살아있는 그림 하나로 일으켜 세워놓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