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진 수

산은 아무에게나

문을 열지 않나 보네

열기는커녕

쓱 한 번 쳐다보고

코를 쥐고 돌아서는 걸 보니

나나 내가 데리고 간 세상에서

도야지똥 냄새라도

맡는 모양이네

수도는 고사하고

입산부터 이 꼴이어서야

어쩌나 산 안창으로

한 발짝도 들어가지 못하고

산문 밖에 주저앉아

지저분한 것들을 닦아 내자니

도로 내려가서

너덜거리는 것들끼리

그냥 살까 하는 생각도 나고

꼭 산에 들어야 맛인가

하는 생각도 나면서

저무는 날에 가뭇없이

가려지고 있는데

내 짧은 두 다리나

오를수록 멀어지는 산길이

무슨 상관이냐는 듯

산새 몇 마리

산문을 훌쩍 뛰어

달빛 쪽으로 날아가네

수월하게 자기를 열어 세상의 때 묻은 인생들을 받아주지 않는 산, 시인은 산에 들지(入山) 못하니 어찌 수도(修道)를 하겠는가라 말하며 세속적인 여항(閭巷)에 파묻혀 살아갈까라는 생각도 하며 하산하고 만다는 것을 고백하고 있다. 변함없는 대자연 앞에서 우리 인간들이 얼마나 추악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