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매개로 정치권과 연결
방패막이로 활용 시도한 정황
朱의원 “총경 출신과 친분 없어”
향후 수사 따라 파장 확대 전망

현직 부장검사 등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씨가 국민의힘 대구·경북(TK) 의원들을 만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기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의 전형적인 수법으로, 다시 말해 정치 권력을 등에 업을 경우 대외 공신력에서 그보다 좋은 지름길이 없기 때문에 김씨 역시 정치권 등과의 폭넓은 교류를 시도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김씨에게 정치인들을 소개시켜 준 인물은 그의 교도소 동료인 S씨. 김씨는 2년 전 사기혐의로 구속됐을 당시, 같은 방에 있던 S씨를 만나 호형호제 사이를 유지했다. S씨는 김천에서 국회의원에 출마를 준비하던 중, 모 후보를 비방한 혐의로 고발돼 징역형을 선고 받은 인물이다. 비슷한 시기에 석방된 두 사람은 연락을 하며 지냈고, 정치권에 지인이 많았던 S씨는 포항의 재벌이라고 밝힌 김씨를 정치인들에게 소개하기 시작했다.

이번 사건으로 구설에 오른 김무성 전 대표, 주호영(대구 수성갑) 의원 역시 S씨를 통해 김씨를 알게 된 케이스다. 특히 주 의원은 경찰 총경 출신인 B씨를 소개시켜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등 매우 곤혹스런 상태에 놓였다. B씨와 주 의원은 고교 동문이다. 이에 대해 주 의원은 해외 출국 전, 본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언론인 S씨와 만찬을 하는 자리에서 김씨와 한 번 식사를 한 것이 전부”이라고 설명했다. 주 의원은 그러면서 고교동문인 B씨에게 김씨를 소개시켜줬느냐는 질문에는 “B씨와 친분이 없다”고 해명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김씨는 언론인들을 통하면 정치인들을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실제 그 방법을 이용하기도 했다. 김정재(포항북) 의원이 대표적 사례다. 김 의원은 지난 2월 이동훈 전 논설위원의 연락을 받고 나간 자리에서 김씨를 만났다. 김씨는 김 의원에게 자신의 아버지가 고향 구룡포읍에서 큰 조선소를 운영했던 사장이라며 재력을 과시했다고 한다. 한때 포항 남·울릉에 출마하기 위해 뛰었던 김 의원은 그 정도의 인물이면 알만도 하지만 너무 생소해 이날 김씨와 함께 찍은 사진을 포항사무실에 보내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보고가 올라오자 김 의원은 이후 김씨를 더 이상 만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을 이 전 논설위원에게도 알려줬다.

김씨는 또 국민의힘 김병욱(포항남·울릉) 의원에게도 접촉을 시도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김씨는 여당 정치인들과도 만나 식사를 하며 교류를 했던 것으로 전해지는 등 정치와 언론을 엮어 활용했다.

김씨가 이러한 행보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가 위장한 1천여억원대 유산이 있었다. 포항에서야 금세 거짓말이라고 소문날 일이었지만 서울의 중앙무대는 그렇지 않았다. 의심을 품기보다 곧이곧대로 믿는 분위기에 그의 사기 행각은 거침없이 활개를 쳤다. 결국 김씨의 이러한 행보에 걸려든 정치인과 언론인은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줬고, 사기피해액 100여억원은 고스란히 그의 수중에 들어갔다.

일각에선 김씨가 그의 행적을 일일이 기록해 놓았고 핸드폰 문자메시지도 지우지 않아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자료를 경찰이 확보했다는 얘기가 퍼지고 있다. 때문에 이제 시작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에 따라 김씨 문제가 한동안 포항지역을 달굴 전망이다. 그가 2년전 형을 살다 가석방됐을 당시의 사안도 누가 뒷배인지 한번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영태·박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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