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형 술

모든 아름다움 속에 숨어 있는 슬픔

슬픔 깃들지 않은 아름다움의 공허함

그걸 깨우친 건 그의 노래들

결코 내 것이고 싶지 않았던 스무 살

숨죽여 부르는 노래마다 묻어나는

칼날 같은 적의를 허공에 휘두를 때

서투른 분노로 베어지는 건 없다고

말없이 고개를 짚어오던 것도

- 한밤중에 눈이 내리네 소리도 없이

가만이 눈감고 귀 기울이면

까마득히 먼 데서 눈 쌓이는 소리

(….)

독풀처럼 자라는 어둠 한가운데서

꿈꾸었네 세상 모든 눈물과 선혈

온전하게 노래할 수 있게 되기를

접고 접어 아주 작아져버린 슬픔을

보일 듯 안 보이게 영혼에 숨기고

시냇물보다 낮게

미풍보다 여리게

슬픔 속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다스려 가만가만 눈뜨게 하는

노래의 힘을 가지리라고

그의 노래는 분노와 적의를 허공에 쏟아내며 자기치유에 이르는 도구일지 모른다. 뿐만아니라 격렬한 분노와 적의를 아름다움과 희망으로 승화시키는 힘을 내재하고 있는 듯하다. 그의 노래는 세상에서 상하고 상처받은 자아를 치유해주고 다시 일어서게 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역설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