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다. 우리네 동화에서 선녀가 입은 옷이 ‘날개옷’이다. 날개옷은 인간에게 꿈의 옷이다. 몸에 무거운 옷이 아니라 하늘을 날 수 있도록 가벼워지는 옷이니, 기능으로 보나 깃털 같은 멋으로 보나 이보다 좋은 옷이 또 있을까 싶다.

돌이나 명절이 다가오면 우리네 어머니들은 때때옷을 지었다. 설날에 입는 때때옷은 ‘설빔’이라고 했다. ‘빔’은 ‘비음’의 준말로 꾸민다는 뜻을 가진 ‘비오다’라는 옛말에서 유래했다. 돌빔, 설빔은 옷치레로 꾸밈과 멋을 예절로 여긴 우리네 전통문화이다. 한복을 가만히 음미해보면 우리네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어머니의 손은 참 바지런했다. 저녁밥을 지어 먹이고 설거지가 끝나면 또 일감이 있었다. 사위는 어둡고 방을 밝히는 것이라고는 호롱불뿐이다. 고된 노동에 어깨가 무겁고 눈이 감겨도 어머니는 바늘에 실을 꿰었다. 흐린 호롱불 옆에서는 실 끝이 단박에 바늘귀에 들어가지 않았다. 침침한 눈을 비비고 다시 실 끝에 침을 묻혔다. 실을 쥔 손끝에 힘을 주고 바늘귀에 맞추면 자꾸만 빗나갔다. 그렇게 몇 번이고 되풀이해 마침내 실을 꿰었다. 아이들이 옷을 입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그리며 어머니는 한 땀 한 땀 바느질했다.

색동저고리, 풍차바지, 까치두루마기는 남자아이 때때옷이다. 여자아이 때때옷은 색동저고리, 다홍치마, 까치두루마기며 장식으로 머리에 굴레를 씌우거나 댕기를 들였다. 때때옷을 다 갖추어 입힌 뒤에는 남녀 아이 모두 타래버선을 신겼다.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이 솔기마다 한 땀 한 땀 담긴 때때옷이야말로 이 누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옷이다.

섶 - 저고리에서 앞부분과 뒷부분이 겹쳐지는 부분.

앵삼 - 어린 사람이 생원(生員)·진사(進士)에 합격한 때 입던 연둣빛의 예복.

돌띠 - 어린아이의 두루마기나 저고리의 긴 옷고름.

사모 - 고려말에서 조선시대에 걸쳐 벼슬아치들이 쓰던, 검은 사붙이로 만든 예모.

깨끼 - 고려말에서 조선시대에 걸쳐 벼슬아치들이 쓰던, 검은 사붙이로 만든 예모.

떨잠 - 부인들 예장에 꽂는 비녀의 하나(떨새를 붙인 과판 같은 것).

떠구지머리 - 조선시대 왕비와 왕세자빈 등이 예장할 때 사용한 머리모양.

여여머리 - 조선시대 상류층 부인들이 예장용으로 크게 땋아 올린 머리모양.

새앙머리 - 예전, 여자아이가 예장(禮裝)할 때 머리털을 두 갈래로 땋은 머리.

스란치마 - 폭이 넓고 입으면 발이 보이지 않는 긴 치마.

대란치마 - 조선시대 궁중에서 비(妃)·빈(嬪)이 대례복(大禮服)에 입는 치마.

대슴치마 - 조선시대 왕실 및 상류사회의 여자들이 정장할 때 입은 속치마.

진동 - 저고리의 어깨선에서 겨드랑이까지 폭이나 넓이.

수눅 - 버선 등의 꿰맨 솔기.

도투락 - 어린 여자가 드리는 자줏빛 댕기.

까치두루마기 - 아이들이 까치설빔으로 입는 오색 옷감으로 지은 두루마기.

동정 - 한복 저고리 깃 위에 조붓하게 덧대는 흰 헝겊 오리.

도련 - 두루마기나 저고리 자락의 끝 둘레.

배래기 - 한복의 옷소매 아래쪽에 물고기의 배처럼 불룩하게 둥글린 부분.

아자문, 거들치마, 말기치마, 배자, 철립, 액주음, 단령, 끝동, 고대, 배래, 대님, 동정, 쾌자, 마고자, 단속곳, 속속곳, 다리속곳, 너른바지.

한복은 몸을 움직일 때마다 흔들린다. 걸을 때는 펄럭이고 바람이 불면 물결처럼 출렁인다. 여인네의 치마는 수양버들처럼 하느작거리고 남정네의 하얀 두루마기는 풀잎처럼 사부작거린다. 넉넉한 품과 옷을 입은 모양새에 면마다 부드러운 주름이 더해져 한복은 아름다운 동적 선형미를 가진다.

색상은 한복의 정적인 아름다움을 더한다. 민족성을 잘 드러내는 흰색은 가공하지 않아 순수하고 자연스럽다. 거기에 천연색을 더하면 더욱 다채로워졌다. 연한 옥색이나 하늘색, 옅은 회색 등으로 명도를 높이면 은은함 색감이 멋의 깊이를 더했다. 오방색을 기본으로 하는 색동 한복은 원색대비의 절정을 보여준다.

새모시 옥색치마 금박물린 저 댕기가

창공을 차고 나가 구름속에 나부낀다

제비도 놀란 양 나래 쉬고 보더라

한 번 구르니 나무 끝에 아련하고

두 번 거듭 차니 사바가 발아래라

마음의 일만 근심은 바람이 실어가네

-김말봉 ‘그네’

한복을 잘 차려입고 걷는 부부를 보면 마음이 나긋해진다. 선남선녀가 나란히 낮게 나는 것 같아서다. 이제 하늘은 비행기를 타고 날 수 있으니, 가벼운 한복을 차려입고 하느작하느작 나비처럼 온누리를 느긋하게 비행하는 것도 삶의 멋이 아닐까 싶다.

/수필가·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