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손경찬의 대구·경북人
▒ 안종수 대구광역시태권도협회장

부끄러운 아버지가 되지 않기 위해 세상을 돕는 일에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는 안종수 회장.
부끄러운 아버지가 되지 않기 위해 세상을 돕는 일에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는 안종수 회장.

강은 자신의 물을 마시지 않고,

나무는 자신의 열매를 먹지 않으며,

태양은 스스로를 비추지 않고,

꽃은 자신을 위해 향기를 퍼뜨리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는 서로를 돕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인생은 당신이 행복할 때가 좋습니다.

그러나 더 좋은 것은 당신 때문에

다른 사람이 행복할 때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안종수 대구광역시태권도협회장을 만나며 그 문장을 다시 한 번 음미했다. 안 회장은 드물게 말수가 적은 사람이었다. 그 동안 인터뷰를 위해 만난 사람들 중에서 가장 과묵하다고 할까. 말을 끌어낼 수 있는 질문을 하라지만 판에 박힌 질문이 싫어서 그냥 나눔에 관한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인터뷰가 뻔한 질문을 하기 위한 자리도 아니고, 꼭 많은 말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닌 터여서.

안 회장의 왼쪽 가슴에 빨간 사랑의 열매가 꽂혀 있었다. 그 열매가 안 회장의 정체성을 말해주었다. 그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1억 원 이상 개인 고액기부자클럽인 대구아너소사이어티(Honor Society)클럽 153호 회원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하는 모임의 일원임을 그 사랑의 열매가 인증해준다. 가슴에 그처럼 귀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열매를 달고도 별로 할 말이 없다는 듯 말을 아끼는 중후함이 그를 더욱 빛나게 한다. 아무에게나 주는 열매도 아니고 아무나 달 수 있는 열매는 더욱 아니지만, 자신의 것을 떼어줄 수 있는 용기만 있으면 누구나 달아볼 수 있는 열매이기도 하다. 작은 나눔은 작은 대로 큰 나눔은 큰 대로, 꼭 그릇크기 만큼의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 열매의 가치가 빛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첫 아이가 태어난 후부터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안회장. 두 아이가 아버지를 변하게 했고, 부끄러운 아버지가 되지 않기 위해 세상을 돕는 일에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안 회장은 어려움에 처한 태권도인들과 어린이들의 진학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싶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나눔을 실천하려는 마음이다. 강은 제 물을 마시지 않고, 나무는 제 열매를 먹지 않으며 바람은 한자리에 머물지 않고, 하늘은 다만 그 넓은 품을 열어줄 뿐 아무 것도 욕심내지 않는다. 물, 나무, 바람 모두 빈 몸으로 간다.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이름으로 존재하는 ‘나눔’의 실체를 세 부류로 구분해본다. 말없이 나눔을 실천하는 부류와 입으로 생색을 내는 부류, 나눔을 전혀 모르고 사는 부류. 자신은 어느 부류에 속하는지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나눔은 물질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녀서 생수 한 병부터 마스크 하나, 따뜻한 말 한 마디의 위로라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생각해볼 때, 나눔은 어쩌면 아주 쉬워 보이기도 하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때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는 점에서 매우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나눔!

생각해보니 경계가 참으로 모호한 말이다. 가진 것을 나눈다? 남는 것을 나눈다? 어떤 식으로든 내 것을 나눈다는 뜻의 ‘나눔’은 참으로 숭고한 의미가 깃든 말이다. 생수 한 병이라도 남을 위해 내놓는 것을 지속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예사로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이어야지. 그런 난해함으로 하여,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을 나는 특별히 사랑을 아는 분이라고, 신의 사랑을 타고 난 분이라고 분류해둔다. 가진 자는 하늘의 별처럼 많지만 제 것을 나누어주는 선의는 보통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녀서 안종수 회장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은 더욱 빛나고 아름답다. 나눔을 생활화하는 삶. 아너소사이어티(Honor Society)의 가치가 바로 그것이고, 이는 곧 안 회장의 정체성이기도 해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눔을 실천하고 사신 게 언제부터였어요?”

“첫 아이가 태어난 후부터요.”

그는 부모님을 일찍 잃었다. 고향이 안동이고 고향집이 임하댐에 잠겨버렸다. 그는 7세 때에 아버지를 잃고 수몰지역인 고향을 떠나 대구로 나왔다. 중2때에 어머니마저 잃고 대구에서 혼자 생활하며 외로운 시절을 방황으로 보내기도 했다. 그 외로움이 안 회장을 과묵한 사람으로 만든 듯하다. 사람 좋아하는 천성이 그를 태권도협회로 이끌었다. 시작은 두 아이가 태권도를 시작하면서였다. 태권도 선수로 활동하는 두 아이를 보며 청년시절의 방황을 접고 새 삶을 시작했다. 첫 아이를 낳고, 천사처럼 눈을 반짝이는 아들을 보는 순간 자신이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란다,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아버지가 되지 않으려면 막 살아서 안 되겠더라고. 두 아이를 따라 태권도 도장을 드나들며 자연스럽게 협회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 인연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두 아이가 아버지를 변하게 했고, 아버지는 부끄러운 아버지가 되지 않기 위해 세상을 돕는 일에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IMF로 인해서 회사가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주위의 도움으로 경기를 회복할 수 있었다며 그 고마움이 그를 봉사의 삶에 힘을 기울이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그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녔다.

“안 회장님께 태권도는 어떤 것입니까?”

“아들에게서 느낀 사랑이고, 잘 살아보고 싶은 용기라고 할까요.”

아들을 태권도 도장에 보내며 자연스럽게 태권도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맺어온 인연으로 2009년부터 8년간 대구시태권도협회 부회장을 역임하게 되었고 2016년 회장으로 취임 이후, 한국법무보호공단 대구경북지부 체육인 회장까지 맡게 되었다. 사내아이가 있는 집이면 흰 도복에 검은 띠를 매고 도장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자녀들이 신체적 위기에 맞닥뜨렸을 때 자신을 방어할 능력을 갖추길 바라며 태권도 도장에 보내지만 정작 아이들이 배워오는 건 품새와 겨루기보다 더 중요한 운동정신과 인성, 예절 교육이다. 안 회장 말로는 대구 태권도협회에 소속되어 있는 식구들이 40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종주국다운 관심과 사랑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사회봉사를 어떤 식으로 시작했어요?”

“출발은 아주 소소하고 미미했어요.”

협회 차원에서 연탄 삼천 장, 오천 장으로 시작한 봉사가 회사 차원으로 발전해서 쌀 100포대 150포대가 되었고, 대구교도소에 생수 일만 병을 기증하는 등, 한 해에 다섯 번 이상의 사랑 나눔 봉사로 규모가 커졌다고 한다. 연탄, 생수, 쌀, 외에 사회에서 기증받은 물품으로 봉사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결혼을 못하고 있는 재소자들을 합동결혼으로 맺어준다거나 면담으로 개개인의 어려운 사정을 들어주고, 일자리를 창출해주기도 한다고 상세한 설명을 곁들여주었다. 그렇게 시작된 봉사의 삶이, 기상학자 에드워드 N. 로렌츠의 말대로 ‘나비효과’를 일으켜 먼 태평양에서 파도가 일고 카오스를 일으켜, 마침내는 태권도협회와 주위의 사람들에게까지 아름다운 바람을 일으키기에 이르렀다고 귀띔해준다. 그 아름다운 미풍이 더 큰 나비효과를 일으켜 주위로 널리 퍼져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안 회장은 건설회사를 운영하며 협회 일까지 맡고 있으며, 대구광역시태권도협회와 대구경찰청의 공동치안 확대를 위한 업무 체결로 지역사회의 안전과 범죄예방에 앞장서고 있다. 2013년부턴 한국법무보호공단 대구경북지부 체육인위원회 회장을 맡고 있는가 하면 2009년부터 8년간 대구시 태권도협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2016년 회장으로 취임 이후 제97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종합 2위라는 우수한 성적을 내기도 했다. 전국에 태권도 도장이 만이천 개나 되고, 대구시에 속한 도장이 육백 개라고 한다. 외국인 스포츠 선수단의 전지훈련을 유치하고, 대구태권도협회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에 따라 훈련을 시키며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뽐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태권도인들의 권익보호에 앞장서기도 한다.

“임기 내에 이루고 싶은 꿈이 있으세요?”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싶습니다.”

안 회장은 임기 4년 동안 어려움에 처한 태권도인들과 어린이들의 진학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줄 수 있는 장학재단을 설립하고픈 커다란 염원을 펼친다. 태권도 지도자들의 노력으로 자라는 꿈나무들이 희망찬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이 땅에 진정한 태권도 정신이 바로 서도록 힘을 기울이고, 세계무대에 진출한 꿈나무들이 종주국의 위상을 자랑스럽게 펼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나눔을 실천하려는 마음이다. 강은 제 물을 마시지 않고, 나무는 제 열매를 먹지 않으며 바람은 한자리에 머물지 않고, 하늘은 다만 그 넓은 품을 열어줄 뿐 아무 것도 욕심내지 않는다. 물, 나무, 바람 모두 빈 몸으로 간다.

/글 장정옥 소설가

(199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2019년 김만중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