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재테크 ‘파테크’ 말 등장
양파·애호박 등 식료품 ‘껑충’
주부들 “체감 상승폭은 더 커”

‘남구 ○○마트에 대파 큰 거 서너 개 담아서 한 봉지 1천500원. 이따 10시부터 한 시간 동안 한정판매 한다는데 매수해야겠죠?’

지난 18일 오전 9시께 주부 여모(44·포항시 북구)씨는 학부모 7명이 포함된 단체 대화방에서 대파를 싸게 판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지난주 포항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단에 7천원인 대파를 차마 카트에 담지 못하고 왔다는 그는 이날 비교적 저렴하게 나온 대파를 구하러 남구로 갔다. 여씨는 “요즘 대파값이 너무 올라 주식 재테크처럼 ‘파테크’(파+재테크)가 난리”라며 “엄마들끼리 장기투자용으로 대파를 싼 가격에 사서 냉동실에 미리 넣어둬야 한다고 우스갯소리를 하는데, 대파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물가가 크게 올라 집집마다 뭘 해먹느냐고 묻는다”고 했다.

최근 시민들 사이에서 ‘코로나보다 물가가 더 무섭다’는 말이 나온다. 식료품 위주로 밥상물가가 껑충 뛰면서 가계의 가장 기본적인 소비인 식(食)부문 지출이 크게 늘어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2월 물가 상승률은 2010년 2월보다 18.7% 올랐는데, 시민들이 시장이나 마트에서 직접 피부로 느끼는 물가 상승폭은 더 크다는 목소리다.

주부들은 특히 채솟값이 무섭게 올라 걱정이다.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이마트나 홈플러스와 같은 대형마트의 포항지점에서 판매한 대파 한단 가격이 최고 8천∼9천원까지 치솟자, 일부 주부들은 집에서 직접 파를 키우기 시작했다. 가정에서 쉽게 재배할 수 있는 식자재를 자급자족하는 이들도 느는 분위기다.

한국농수산물식품유통공사가 지난 18일 발표한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대파 1kg의 평균 소매가격은 6천631원으로 일주일 전(7천465원)보다 소폭 내렸지만, 1년 전(2천61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비싼 편이다. 장보기 무섭단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니다.

올해 대파는 유난히 길었던 지난해 여름 장마에, 겨울엔 한파까지 이어지면서 출하 시기가 늦춰졌다. 가뜩이나 경작 면적이 줄어든 마당에 평년보다 상품성이 떨어지면서 시장출하량도 25%가량 감소했다. 코로나 여파로 외국인 근로자 입국이 막히면서 대파 농가는 일손마저 달리는 상황이다. 유통업계는 4월 중순은 돼야 시세가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대파처럼 특정 이유가 있어 가격이 크게 오른 품목도 있지만, 사실 전반적으로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게 시민들 반응이다. 앞서 조류인플루엔자 유행으로 달걀값까지 들썩인 데다 양파, 애호박 등 식품가격이 올해 들어 줄줄이 올랐다. 시민들은 “이렇게까지 비싼 적은 없었는데 물가가 장난이 아니다”, “반찬가게들도 힘들겠다”고 아우성이다.

포항시 북구 대신동에서 돼지갈비집을 운영하는 고선옥(49·여)씨는 “손님상에 파채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면서 “찌개도 그렇고 재료를 아낌없이 넣어야 구색도 갖추고 맛도 좋은데, 채소 가격이 말도 안 되게 올라 당분간 안정될 때까진 다른 밑반찬으로 대체하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코로나 이후로 집에서 주로 밥을 해먹는다는 양정미(39·포항시 북구·여)씨는 “늘 집에 두고 먹었던 기본 식재료들을 이제는 제값 주고 사기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마트 전단지를 여러 개 비교해보고 할인행사 하는 품목 중에 필요한 것만 골라서 사는 데도 정작 영수증을 받아보면 짐작했던 금액보다 훨씬 웃돌 때가 많아 몇 번이고 하나씩 따져보게 된다”고 했다.

그렇다고 외식이나 배달 주문을 맘 놓고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올해 1월부터 배달업체의 기본 대행료가 500∼800원가량 오르면서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자영업자들의 부담도 그만큼 늘었다. 코로나 이후로 매출 대부분을 배달에 의존해 온 식당에겐 상당한 지출비용이다. 일부 자영업자는 배달비를 올리거나 배달음식 가격을 인상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김민정기자

    김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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