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외지인 사들인 토지·아파트
전체 거래량 66%로 ‘연간 최다’
행정수도 언급 이후 거래량 급증
아파트 실거래가 등록 이후부터
취소 건수 집중… 투기 의심 정황
靑 청원서 정부조사단 파견 요청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세종시도 정부의 전수 조사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세종국가산업단지 예정 부지로 알려진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 일대에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조립식 주택이 촘촘히 들어서 있다.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으로 국민들의 불신이 하늘을 찌르는 가운데, 세종시에 대한 전수조사도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지난해 세종시에서 외지인이 사들인 토지와 아파트가 연간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나 ‘투기의 장’이 됐다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LH 일부 직원의 땅투기 의혹으로 진행되는 정부의 전수 조사 범위에 세종시를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14일 한국부동산원 월별 매입자 거주지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세종시 순수토지(건축물을 제외한 토지) 거래량은 1만6천130필지다. 이 중 세종시 외 거주자들의 매입은 1만786필지에 달했다. 외지인 거래가 전체 거래량의 66% 이상을 차지한 셈이다. 거래량은 매매뿐 아니라 증여, 교환, 판결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지난해 세종시 순수토지 전체 거래량과 외지인 매입량은 모두 2012년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한 이후 연간으로 가장 많았다. 외지인의 매입량은 2018년(1만223필지) 처음 1만 필지를 넘었고, 이후 2019년 8천558필지로 줄어든 바 있다. 특히 지난해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세종시로 행정수도를 이전해야 한다고 언급한 뒤 거래량이 급증했었다. 지난해 7월 거래량은 590필지에서 8월 1천7필지로 뛰었다. 이후 올해 1월까지 6개월 연속 1천필지 이상의 거래량을 유지 중이다. 지난해 11월에는 1천403필지로 2019년 1월(1천326필지)에 기록했던 월간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규제책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다주택자들이 사실상 더는 집을 사기 어려워지자 세종시의 토지 매입으로 눈을 돌렸다고 분석한다. 세종은 현재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있지만, 토지 거래는 주택에 적용하는 대출 규제나 양도세 중과, 전매 제한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 세종시는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가 12.38% 올라 시도별 상승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외지인이 세종시에서 사들인 아파트도 크게 늘었다. 2012년 385건에서 매년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5천269건을 기록했다. 이는 2019년(2천628건)의 두 배 수준이다. 올해 들어서도 1월 205건을 기록하며 지난해 월평균(40.5건)의 5배 이상으로 뛰었다. 아파트 가격도 지난해 44.93% 올라 상승률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아파트 실거래가 등록 후 취소 건수도 행정 수도 이전 이슈가 불거진 지난해 7월과 8월에 집중적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실거래가 등록 후 취소 건수가 총 563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지난해 7월과 8월에 실거래가 등록 후 취소된 건수가 각각 124건과 131건으로 세자릿수를 기록했다. 두 달치 합계는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이처럼 등록 후 취소 건수가 많다는 것은 투기 의심 정황으로 봐도 무관하다.

일부에서는 세종시에 대한 투기 의혹을 파헤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청원인은 “세종시는 행정수도 일환으로 정부와 LH가 대대적으로 조성하는 계획도시인 동시에, 부동산 투기의 산 현장”이라며 세종시에 투기한 공무원과 LH 직원을 전수 조사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13일 올라온 국민청원 글에는 “광명·시흥 신도지 예정 지역에서 일어난 LH 직원들의 투기를 보면서 세종에서도 유사한 행태의 투기가 일어났을 것이라는 의혹이 있다”며 정부 차원의 조사단 파견을 요청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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