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정 규

돌담 위를 수놓던 능소화가

뻐꾸기 소리에 바람나

따라 나선지 오래

굵은 빗줄기

참나리꽃 꺾어 놓더니

개울 물소리 앉아서도 들리고

우물가 감나무 가지에

초사흘 초승달이

풋감 되어 달렸다

벼 익고 감 익고

달까지 익어

큰달 보름달 되면

그날이 바로

팔월 한가위 날이겠네

시인이 그려내는 따스하고 정겨운 풍경 속에는 아득한 고향의 정취가 소복 담겨 있다. 꽃 피고 지고 나면 푸른 열매가 열리고 그것이 햇살에 익어가는 과정에서 시인은 끝없는 기다림을 발견하고 있다. 자연의 순환에 얽혀 있는 기다림을 읽어내는 것이다. 우리네 인생도 결국은 기다림의 연속 속에서 이뤄지는 것은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