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현 옥

꾹꾹 눌러담은 된장을 싼다

붉은 감잎에 장아찌를 싼다

방금 짜온 참기름과

멍석에 널어놓은 마른고추도 쓸어 담는다

투둑 모과 떨어지는 소리

담 너머 콩꼬투리 터지는 소리

평상에 앉아 노는 햇살이며

발치에서 낑낑대는 강아지 눈빛이며

배 밭에 까치 소리도 담는다

열어 놓은 현관문 앞에서

늙은 보자기엔 싸놓은 것도 많은데

펼쳐놓은 가슴을 닫지 않는다

가을처럼 저무는 나를 담고

놓아 주지 않는 어머니

모든 것을 다 줘도 아깝지 않은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을 읽을 수 있는 사모곡이다. 된장이며 장아찌며 방금 짜온 참기름이며 고추까지 보자기에 담는 어머니는 고향마을의 햇살이며 바람이며 하늘까지 한가득 넣어 정성껏 싸주는 것이다. 시인은 그런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보자기에 소복한 어머니를 바라보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