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춘 수

내 귀를 흔드는 것은

바람이 아니다

바람의 살갗 바람의 발가벗은

알몸이 아니다

내 귀를 흔드는 것은 얼마나 걸었을까

발가락을 짓누르는 아프디 아픈

티눈,

티눈 속에 박힌 더 작고

더 아픈 티눈,

내 귀를 흔드는 것은

지금도 가고 있는 그 발자국,

평생을 이미지를 통한 존재론적 인식의 세계를 시로 표현해온 시인이 발바닥에 스며들어 깊이 뿌리박은 티눈을 모티브로 자신의 삶을 관조하는 작품이다. 평생 자신을 흔들었던 것은 가파른 이념이나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티눈 같은 사소한 것들이었다고 고백하는 시인의 겸허한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